장르 : 코미디
감독 : 정기훈
출연 : 정재영/박보영/오달수/진경
연예부 수습기자의 살아남기 위한 극한 분투기
언론 생태계의 현실 가감없이 보여주는 코미디
기획사의 모략 파헤치려는 언론간 갈등도 그려
취업만 하면 인생 제대로 필 거라고 생각한 스포츠 매체 스포츠동명의 연예부 수습기자 도라희(박보영)의 환상은 출근 첫날부터 처참히 깨진다.
몸에 딱 맞는 정장에 하이힐을 신은 복장이 기자라는 직업과 어울리지 않듯 도라희는 처음 하는 취재에 허둥댄다. 수습이지만 현장에 바로 투입돼 하는 일마다 사고를 친다.
느린 놈, 열심히 안 하는 놈, 성의 없는 놈 칼 같이 잡아 영혼까지 터는 인간 탈곡기 하재관 부장(정진영)의 눈에 도라희가 곱게 보일 리 없다.
“지금은 니 생각, 니 주장, 니 느낌 다 필요없어.”, “관둘 거면 지금 얘기해. 대기자는 넘쳐나니까.”
도라희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마다 ‘다시’를 외치는 하 부장으로 인해 하루에도 수십 번 마음 속으로 사표를 꺼낸다.
25일 개봉하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는 취직만 하면 인생 풀릴 줄 알았던 연예부 수습기자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상사를 만나 겪게 되는 극한 분투를 그린 코미디 영화다.
그토록 바라던 입사 첫 날, 모든 환상을 단번에 깨버리는 상사 하재관과 마주한 수습기자 도라희가 전쟁터 같은 사회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다양한 이야기는 경쾌한 유머와 찰진 대사로 웃음과 공감을 자아낸다.
인사하는 법, 전화 받는 법,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구분하는 법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서툰 도라희, 그리고 따뜻한 말보다는 거친 욕 한마디로 혹독하게 사회생활을 가르치는 하재관이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우리가 겪었던 일상과 맞닿은 모습으로 공감을 배가시킨다.
영화는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지만, 중반 이후에는 언론 생태계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자뭇 진지해진다.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구조조정을 하려는 무가지인 스포츠동명 회사와 직원들의 갈등, 거대 기획사의 모략과 이를 파헤치려는 언론간의 갈등 등이 본격화된다.
영화는 극 초반의 웃음기를 조금 빼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게 언론의 역할을 묻는다. 이런 상황에서 기사를 쓸 것인가 말 것인가.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2015)로 로카르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은 연기파 배우 정재영이 시한폭탄 상사 ‘하재관’을,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발랄한 매력을 선보인 박보영이 사고뭉치 수습기자 ‘도라희’를 맡아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애자’(2009), ‘반창꼬’(2012)의 정기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