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오는 10일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할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을 제외한 주요국들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확산되고 국내에서도 부진한 경제지표가 발표되면서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여건들이 하나둘씩 갖춰지고 있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불안감은 여전하고, 국내 주식·채권시장에서 외국인투자자들의 지속되는 ‘팔자’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때 항상 ‘데이터 디펜던트’(경제지표 의존)를 강조해왔는데 부진한 경제지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어 한은의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월 수출 실적은 전년 동기보다 12.2% 줄어 14개월 연속 감소행진을 지속했고, 2일 통계청의 산업활동 동향에서 산업생산과 소비도 부진한 양상으로 나타나 기준금리 추가 인하 압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또 그동안 기준금리 추가 인하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국내 가계부채 급증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금리 인상 문제는 일단 소강 국면으로 돌아서 한은의 금리 인하에 우호적인 여건이 조성됐다.
더구나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채택에 이어 중국이 지급준비율 추가 인하를 통해 유동성 공급 확대에 나서는 등 완화적 통화정책 채택 국가가 늘면서 한은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한 상황이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시장 이탈 가능성도 큰 고민거리다.
특히 최근엔 외국인의 매도세가 채권으로까지 확대되면서 100조원을 넘었던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 잔고가 지난달 16일 94조원까지 떨어진 상태다.
앞서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기자회견에서 “일본 마이너스 금리 도입 이후 나타난 부작용은 참고해야 할 교훈이고 대외여건이 불안정할 때 금리 인하 기대 효과는 확실치 않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었다.
/최영재기자 cy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