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동안 진행될 이 이벤트는 국립현대미술관이 한국 초기 아방가르드 미술을 재조명하고 과천관 개관 30주년 특별전의 시작을 알리고자 마련했다.
‘현상에서 흔적으로-불과 잔디의 의한 이벤트’는 1970년 4월 11일 한강변 경사진 둑에 지그재그 선을 그어 7개의 삼각형을 만들고 그 모양에 따라 차례로 불을 질러 삼각형 4개와 불에 타지 않은 푸른 잔디 삼각형 3개를 남긴 김구림의 대표적인 대지미술이다.
태우는 행위와 과정에서 불에 검게 그을린 잔디와 그렇지 않은 곳의 선명한 차이를 ‘현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새싹이 돋고 자라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차이는 점차 흐려져 ‘흔적’을 남기거나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작가는 불로 태운 곳에 새순이 파랗게 자라는 자연변화 과정을 통해 사람이 태어나고 죽는 생명 순환 과정을 담아내고자 했다. 이에 따라 제목도 ‘현상에서 흔적으로’으로 붙이게 됐다.
작업의 결과로 태워진 삼각형 4개와 타지 않은 삼각형 3개는 죽음과 탄생, 음과 양의 개념을 드러낸다.
김구림은 1969년 제 4집단 활동을 통해 예술에 대한 총체적인 체험과 실험성 강한 작품을 창작했고, 1970년대 ‘AG’ 그룹에 참가하며 개념과 프로세스를 강조하는 전위적인 미술활동을 펼쳤다.
관객 참여적 메일아트인 ‘매스미디어의 유물’(1970)과 대지미술 ‘현상에서 흔적으로’(1970), 실험영화 ‘1/24초의 의미’(1969) 및 다양한 퍼포먼스 등 회화·조각·사진·퍼포먼스·영화·연극 등을 넘나드는 그의 실험적 예술 활동은 최근까지도 국내·외에서 활발히 조명되고 있다.
미술관에는 그가 이번에 불 지를 가로 36m, 세로 9m의 공간 주변 안전을 위해 소방차가 대기하고, 미술관 직원들은 소화기를 비치하며 주변에 펜스도 친다. 퍼포먼스 관람 무료.(문의: 02-2188-6241)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