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2 (토)

  • 구름많음동두천 27.7℃
  • 흐림강릉 29.4℃
  • 구름조금서울 29.1℃
  • 구름조금대전 30.2℃
  • 맑음대구 32.3℃
  • 연무울산 29.4℃
  • 맑음광주 31.6℃
  • 구름조금부산 26.6℃
  • 구름조금고창 32.1℃
  • 맑음제주 29.6℃
  • 흐림강화 26.9℃
  • 구름많음보은 28.2℃
  • 구름조금금산 30.3℃
  • 구름많음강진군 30.8℃
  • 구름조금경주시 32.9℃
  • 구름조금거제 28.1℃
기상청 제공

무서운 납! 다른 모습으로 우리곁에 있었다

 

 

혈중 납 농도 40㎍/㎗ 이상일땐
피로·불안·수면장애 증상 등 동반
60㎍/㎗ 넘으면 빈혈까지 나타나

소아의 경우 납 중독 진단 어려워
킬레이션 치료로 중금속 걸러내
무기질도 배출해 의료진 관찰 필요

 

 

납 중독의 위험

2~3년 전 본인이 대학병원 산업의학과에서 전공의(레지던트 의사)로 있을 때 일이다. 각종 대학병원의 외래진료기록지를 들고 ‘납중독’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병원에 온 어머니와 6살 남자아이를 병원에서 만났다. 나이 어린 아이가 산업의학과에 어떻게 납중독을 알고 왔을까? 처음에 ‘복통’으로 소아과를 방문했던 이 아이는 다방면에 지견이 풍부한 명의를 만나 납중독을 진단받게 됐다.

확진을 위해 수행한 혈액검사에서 혈중 납은 보통의 소아에서 정상과 비정상을 두는 기준치의 2배가 넘었다. 가족과 의료진들의 생활 속 ‘납’찾기가 시작됐다. 과연 서울의 평범한 가정의 어린 아이는 어떻게 혈중 납이 그렇게 많이 나오게 됐을까? 그리고 어떻게 배가 아팠길래 납 중독을 의심할 수 있었을까?





이번 시간에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노출될 수 있는 납과 납중독으로 일어날 수 있는 증상, 그리고 납중독을 치료하는 방법과 예방법을 알아보겠다.

납은 회청색의 빛이 나고 아주 부드러워 쉽게 구부러지지만 특이하게 매우 무겁다. 이같은 물리적 특성을 이용해 납은 모든 화학제조제품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일단 납 그 자체로 활용되는 경우는 낚시도구 중 일명 ‘납 봉’으로 불리우는 낚시 추와 같이 부피에 비해 무거운 ‘추’로써 활용된다. 사격탄알, 그리고 모기장에 붙어있는 작은 추 등이 그 예다.

다음으로 많이 쓰이는 것은 페인트 등 색소가 들어 있는 제품들이다. 특히 철 대문 등에 본격적인 페인트를 칠하기 전에 초벌로 바르는 갈색이나 녹색의 ‘광명단’이라고 불리우는 페인트는 납 함량이 매우 높다. 어린 아이들은 무엇이든지 입에 가져다 대는 경우가 있으므로, 페인트 조각과 납 추 등을 빨면서 의외로 높은 농도의 납에 노출될 수 있다. 이와 같은 경우는 소아의 납 노출을 의심할 때 가장 먼저 주의해야 하는 경우들이다.

다음은 제조 과정에서 사용돼 우리 일상 속에 쉽게 노출되지는 않지만, 실제로 납이 사용되는 경우다. 도자기와 크리스탈 등에도 납이 사용된다. 좋은 크리스탈 글라스는 보통의 유리잔보다 무겁고 밀도가 높게 느껴지는데, 납 등 중금속의 혼합으로 안정성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전자 제품의 조립에서 납땜이 지금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제조과정에서 고열로 안정성을 높이거나(글라스나 도기), 커버를 덮어 노출을 막는 경우(전자제품)들이므로 실제로 소비자가 직접 납에 노출될만한 위험은 적다.

끝으로 그 성분함량은 매우 적지만 한 때 사회적인 집중을 받았던 휘발유 속의 납도 있었다. 지금은 ‘무연휘발유’로 대체되면서 이러한 위험은 예방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휘발유에서 납 대신 사용되는 안정제의 성분 등은 대기로 날아가면서 모든 인구집단에게 한꺼번에 노출될 수 있어 여전히 산업환경의학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럼 납은 어떻게 아이들에게 들어갈 수 있을까? 대부분 중금속 노출은 중금속이 기체로 변하는 중금속 흄을 들이키면서 많이 발생한다. 때문에 지금까지 중금속 중독은 중금속을 직접 원재료로 사용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서나 발생하는 직업병으로 생각해 왔다.

그러나 소아들의 물건을 입에 가져가는 습관에 의한 노출은 서구에서부터 큰 문제로 여겨져 왔다. 우리나라와 달리 주택가구 중심으로 생활하는 서구에서는 가정에서도 페인트 사용이 빈번한 편인데, 이 페인트 조각을 먹는 아이들을 통한 납 노출의 위험이 많이 보고돼 왔다. 납은 이처럼 호흡기과 구강 섭취로도 흡수된다. 납의 흡수율은 높은 편이다. 소아는 섭취한 납의 50%가, 성인은 15%가 흡수된다. 흡수된 납의 90% 이상은 뼈에 수년간 침착된다.

혈중에 있는 납은 최근 수 개월간의 노출 수준을 반영한다. 본래 납은 인체에 필요한 금속이 아니기 때문에 정상적으로는 혈중에 납 농도가 아예 나오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납에 노출될 위험이 높기 때문에 어느 정도까지는 납 노출 수준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혈중 납 농도의 수준에 따라 납 중독 치료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대부분 혈중 납 농도 10㎍/㎗ 미만이면 별 다른 치료는 필요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혈중 납 농도 40㎍/㎗ 이상에서 피로, 불안, 수면 장애 등을 나타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혈중 납 농도 60㎍/㎗을 넘게 되면 근육통이나 관절통, 변비나 설사 등 위장관계 이상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빈혈을 일으킬 수 있다. 빈혈의 증상은 피로와 수면 장애 등이므로 애매모호한 전신증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소아의 경우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진단은 더 어려울 수 있다. 혈중 납 농도가 80~100㎍/㎗을 넘게 되면 신경염, 복통, 간질 등 심각한 신경계 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복통은 쥐어짜는 듯한 산통이 특징적입니다. 과거 납을 증기로 마시게 되는 근로자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알려진 증상들이다. 혈중 납 농도 10~40㎍/㎗ 내외의 저농도 노출에 대한 건강영향은 아직까지 논란이 많은 상황이다. 고혈압과 신장기능의 미미한 장애들이 저농도 노출의 건강영향으로 알려져 있다.

혈중 납 농도가 심각한 수준, 즉 소아의 혈중 납 농도가 45㎍/㎗를 넘거나 성인의 혈중 납농도가 80㎍/㎗을 넘는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최근에 나온 알약정제의 이 약물치료는 체내의 중금속을 정상보다 빠르게 배출한다고 해서 일명 Chelation therapy(킬레이션)치료로 알려져 있다. 이 킬레이션 치료는 중금속을 신장을 통해 걸러 소변으로 배출해내는 원리를 이용한 치료다.

그러나 이를 통해 중금속 뿐 아니라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무기질도 한꺼번에 배출해내곤 한다. 따라서 킬레이션 치료는 반드시 의료진의 관찰 하에 병원에서 수행돼야 한다. 또 국제적으로 킬레이션은 반드시 필요한 상황에서 사용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치료가 특이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중금속 중독에 대한 것은 노출의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납이 들어있는 제품은 반드시 밀봉을 해서 폐기하고, 떨어지는 페인트 조각도 잘 모으고 그때그때 신속한 보수가 필요하다.

어린아이가 만지는 장난감은 되도록 페인트 등 도료의 성분과 출처를 확인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납중독의 초기 증상은 피로와 수면장애 등 다른 질병의 초기단계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일상 속에서 납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들을 점검하고, 이로부터 소아 등 취약한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이라 하겠다./정리=김장선기자 kjs76@

<도움말=정윤경 경기남부근로자건강센터장·한림대학교성심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상교수>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