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요? 이제는 옛말이죠. 명절이나 평상 시나 똑같습니다.”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통시장 상인들의 표정은 무겁기만 하다.
해마다 늘고 있는 대형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데다 핵가족화 등에 따른 소비형태 변화 등으로 매출은 나아질 기미가 없이 경기 불황의 그늘 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강풍과 비로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 속에 찾은 수원 파장시장. 혹시나 했지만, 예상대로였다. 사람들이 너무 없다 보니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소규모 점포들은 모두 문을 열었지만, 가게 내부에 보이는 사람들은 대부분 상인들 뿐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열심히 물건을 나르고 있는 야(채)생(선)나라 심모(50·여)씨에게 요즘 근황을 묻자, 한 숨이 먼저 나왔다.
지난해 9월부터 파장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했다는 심씨는 “점포를 운영한 지 1년 밖에 안됐지만, 올 설 때와 또 다른 모습이다. 사람들이 너무 없다. 어떻게든 손님들의 눈길을 끌어보기 위해 신선해 보이는 물건을 밖에다 진열해 놔도 도통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리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3년째 시장에서 축산업을 해 온 한누리정육점 홍(46) 대표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난해 추석 때는 곧잘 예약 주문도 들어오고 했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줄어든 상황”이라며 “시장 내에서도 판매량이 상위권에 속하는 우리 가게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곳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60년 전통을 가진 용인 중앙시장. 시간이 갈수록 빗줄기가 굵어졌지만, 슬레이트 지붕이 설치된 시장 내부에선 다수의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시장에 물건을 사러 온 사람들보단 시장 초입에 들어선 만두전문점 등에서 점심을 먹고자 시장을 찾은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내부로 더 들어가 보니, 수원 파장시장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상인들끼리 모여 잡담을 나누거나 가게 앞 의자에 앉아 휴대폰만 쳐다보고 있다.
15년 간 이곳에서 야채·식료품·잡화를 판매하고 있는 세광식품 안모(56) 대표는 “명절이라고 다를 게 없다. 평상시와 똑같다”며 “여러 세대가 같이 살았던 예전과 달리 1~4인 가구가 많은 요즘에 집에서 명절음식을 해 먹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1970년대 서울의 도시 재개발로 성남시로 인구가 모여들면서 생성된 성남의 모란시장.
주차장 옆 닭과 개를 판매하는 가게에는 아예 손님을 찾아볼 수 없었고, 그나마 시장 내 기름가게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거리에선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 3~4명이 막 짜낸 기름을 받아가기 위해 가게 내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성남기름집 A 대표는 “연일 계속된 폭염을 날려주는 비지만, 지금은 반갑지만은 않은 게 솔직한 마음”이라며 “오랜만에 찾아온 비처럼 추석 성수기 고객들이 많이 찾아와주기 바란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