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으로 급등한 농산물 가격이 추석을 앞두고 상승세를 유지하면서 서민 가계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올해 전국 폭염일수가 1973년 이래 최고치를 경신한 평균 16.7일을 기록하는 등 예년보다 더위가 길었던 탓에 농산물 작황이 좋지 않은데다 농산물 수확이 본격 이뤄지기 전이다 보니 주요 성수품 공급 물량도 부족하면서 농산물 가격 오름세를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한국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현재 배추 1포기 평균 소매가는 8천18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천856원)보다 186.6% 급등했다. 불과 한 달 전 가격(3천904원)과 비교해도 109.7%이나 올랐다.
무는 개당 2천926원으로 전년(1천781원)보다 64.3%, 쪽파(1㎏)는 7천475원으로 전년(5천727원) 대비 30.5%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특히 명절 때 빠지지 않고 먹는 시금치나물, 잡채 재료로 사용되는 시금치는 말 그대로 ‘금값’이 됐다.
시금치(상품·1㎏) 소매가는 현재 전년(9천120원)보다 143.8%, 불과 한 달 전(7천483원)보다 186.2% 급등한 2만1천414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부 과일가격도 추석을 앞두고 가격이 소폭 올랐다. 추석 성수품인 배(신고·10개)는 3만1천745원으로 전년(2만5천729원) 대비 23.4%, 복숭아(백도·10개)는 2만2천249원으로 전년(1만6천601원) 대비 34.0% 상승했다.
인천시가 최근 구월·삼산농수산물시장에서 주요 품목 거래 가격을 조사한 결과, 무는 20㎏에 1만7천950원으로 지난해(5천650원)보다 3배 이상 급등했으며, 지난해 3천940원이던 배추는 10㎏에 1만650원으로 2.7배나 뛰었다.
주부 강모(43·수원 매탄동)는 “차례상에 올리거나 가족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려면 장 볼 게 한 두 가지가 아닌데, 채소는 물론 명절에 주로 먹는 과일값까지 떨어질 줄 몰라 한 숨이 절로 나온다”며 “가계 형편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는 방법 밖에 없을 거 같다”고 말했다.
수원 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한 채소상인은 “대부분의 채소류가 전년보다 평균 30% 이상 가격이 올랐다”며 “채소 상태도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보니 시장을 찾은 소비자들이 지갑 열기를 꺼리고 있어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aT 관계자는 “정부가 10개 성수품 공급량을 평상시 대비 1.5배 이상으로 늘리고 농·수협, 지방자치단체 등이 직거래 장터나 특판장에서 할인판매를 하면 가격은 좀 더 안정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