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은 제98주년 3·1절을 맞아 ‘애국’ ‘화합’ ‘통합’을 한 목소리로 외쳤지만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놓고 찬반 두 쪽으로 갈라지는 극심한 분열상을 연출했다.
특히 각 당은 3·1절의 정신을 서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대선주자들은 각각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참석을 위해 광장에 합류하는 등 대권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공방전을 전개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3·1절 기념식 기념식사에서 “우리 사회는 최근 일련의 사태로 국론이 분열되고 사회 갈등이 확대되고 있으며 서로를 반목·질시하는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며 화합과 통합, 조화와 균형을 호소했다.
여야 역시 국가적 위기극복과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강조했지만 범여권이 탄핵 사태로 촉발된 국론분열 해소에 주안점을 둔 반면 야권은 탄핵 완수를 주장하는 등 신경전을 벌였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탄핵 찬성과 반대로 국론이 분열돼 첨예하게 대립하며 서로를 향한 강한 적개심마저 드러내고 있다”며 “이제 분열과 갈등의 장벽을 걷어내고 ‘애국, 번영, 화합’이라는 3·1운동의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범여권인 바른정당의 이기재 대변인도 논평에서 “국민은 촛불과 태극기 집회로 양분돼 온갖 분노와 저주로 서로를 공격하고 있다”며 국민통합을 강조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논평에서 “98년 전, 우리 선조들은 일본의 식민 지배를 거부하고 자주독립을 되찾고자 분연히 일어섰고 일제의 총칼에 태극기를 들고 맞섰다”며 “우리는 오늘 국민과 함께 촛불광장에서 순국선열의 숭고한 뜻을 되새기며 박 대통령의 탄핵을 소리 높여 외칠 것”이라고 다짐했다.
국민의당 김경진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경사스러운 3·1절임에도 온전히 기뻐할 수는 없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그리고 특권과 반칙으로 얼룩진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로 국민이 고통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권을 정면 겨냥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정치권은 탄핵 찬반집회가 각각 열리는 광화문 광장으로 나가 지지층 결집을 꾀했다.
한국당은 대선주자인 이인제 전 최고위원과 김문수 비상대책위원을 포함해 친박계를 중심으로 한 의원들이 태극기집회 현장을 찾았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촛불집회에 참석해 박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하고, 이재명 성남시장도 2박3일 간 호남 방문 일정을 끝내고 촛불집회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국민의당 대선주자인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는 광장정치에 나서지 않았다.
/임춘원기자 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