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종량제봉투 품귀가 가속화되고 있다. 가격이 인상될 것이라는 소문과 함께 원료 부족사태로 아예 봉투를 생산하지 못할 거라는 우려까지 나오면서 '사재기'가 계속되고 있다.
30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종량제봉투 관리 주체인 경기도내 31개 지자체 대부분이 최근 1주일 새 "수개월치 재고가 있으니 사재기를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런 지자체들의 호소가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지자체 입장선 현장에서 사재기로 급격히 봉투 재고가 줄고 있으니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겠지만 시민 입장에선 '사재기에 동참하라'는 신호처럼 왜곡돼 들릴 수 있다. 오히려 사재기가 필요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라는 판단을 하도록 부추기는 상황이 되고 있다.
지자체들의 안일한 보도자료 배포식 대응이 현 상황에 맞지 않고, 효과가 없어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단기 처방으로 구매제한을 두면서 1인당 1장씩만 구입가능하게 한 것도 오히려 현장에선 문제를 키우고 있다. 최근 뉴스를 접하지 않아 사재기 소식을 모르던 이들까지 마트나 편의점에 붙어 있는 '1인당 1장 제한' 문구를 보고 오히려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재고가 충분하다면서 구매제한을 거는 지자체들의 조치는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사실상 '모순'으로 읽힌다. 당장 봉투가 떨어져 꼭 사야하는 시민들까지 마트와 편의점을 돌며 사재기에 나서는 게 현 상황이다.
실제 지난 29일 저녁 의왕시 한 대형마트에서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40대의 한 주부가 무인계산대에서 봉투 10장 묶음을 주문하려 했지만 계산대 옆 선반에 의왕시 봉투는 없고 인근 안양시 것만 비치돼 있었다. 근처 직원은 "구매제한으로 의왕시 봉투는 유인계산대에서만 1장씩 살 수 있고 여유가 있는 안양 봉투만 무인계산대에 뒀다"고 말했다.
직원이 유인계산대에서 가져 온 1장만 건네주고 구매제한을 재차 고지하며 양해를 구하자 제한 조치를 처음 알게 됐다는 주부는 "동네 편의점도 마찬가지냐. 여러 군데서 빨리 더 사둬야겠다"면서 서둘러 계산을 마쳤다. '구매제한'이 오히려 사재기 심리를 부추기는 격이라는 게 확인되는 현장이다.
시민 입장에선 지금이라도 '사재기'를 하는 게 여러 모로 이득인 것으로 이해될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수개월치 재고가 있다는 지자체들의 호소와 달리, 전국 단위에선 재고가 거의 소진된 곳도 나왔다. 30일 현재 전북 전주시와 군산시는 재고가 7일분까지 줄어들었다.
쓰레기 대란이 우려되자 전주시는 일반 비닐 봉투에 담아 배출해도 무상수거하는 방안이나 배출스티커만 붙여도 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지자체들이 수개월치 재고가 있다곤 하지만 원료 부족이 가속화되면 추가 생산은 장담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이미 도매 단위에선 비닐봉투같은 원유 정제 부속물 제품에 대해선 물량이 제대로 생산되지 않아 품절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차라리 선제적 가격인하를 권한다. 한양대 경영대학 임영록 교수는 "종량제봉투 사재기는 간단히 막을 수 있다. 사재기는 손해본다는 느낌이 들도록 앞으로 봉투 가격을 인하한다고 선언하면 된다"며 "10원 씩이라도 내리면 자연스럽게 사재기는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국 228개 기초 지자체에서 각각 관리하는 종량제봉투는 조례 개정을 통해야 가격을 바꿀 수 있다.
지자체들은 "조례 개정이 필요해서 가격 인상을 안 할 것"이라고 알리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조례 개정을 통해 인하를 할 테니 사재기하면 손해다"라고 알리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이 와중에 다음 달 가격 인하가 예정돼 있는 의정부시 상황에 귀추가 주목된다. 경기 31개 지자체 중 봉투가격이 가장 높았던 의정부에선 지난해 말 조례 개정으로 15% 정도 가격을 내린다. 시 관계자는 "사재기가 오히려 경제적으로 불이익이다”라고 강조했다.
애초에 종량제봉투 가격의 상당 부분은 주민들이 내는 '쓰레기 처리비용'이다. 각 지자체의 '주민 부담률'에 따라 그 비율이 50~80%에 이른다.
따라서 '주민 부담률'을 낮춰 봉투 가격을 인하할 여지는 충분하다. 중동 사태가 계속된다면 지자체에서 한시적 '반값 봉투'를 내놓아 쓰레기 대란 위기를 해소시키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경기신문 = 김한별·최정용·정성우·이상범·반현·김원규·이양범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