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가원수직에서 파면된 지 3주 만에 구속수감되고 감옥에 갇혀버렸다. 더 참담한 것은 여자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다. 임기를 마치지도 못한 상태에서 탄핵된데다 이제 철창신세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이 착잡한 심정일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된 뒤 첫 주말을 맞아 친박 단체들의 탄핵 무효 집회가 열렸다. 대통령 탄핵 무효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는 1일 오후 2시 서울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하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무효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직 대통령의 딸로서 정치적 위기 때마다 숱한 고비를 넘겨온 여성 정치인이었지만 그가 말했듯이 너무 오랜 인연으로 경계의 벽을 허물지 못했던 결과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을 것이다. 저녁 7시부터 영장 발부 소식이 전해진 새벽 3시를 지나 검찰 청사를 나서기까지, 가장 긴 밤을 보내야 했고 결국 영장이 발부되면서 일반 피의자 호송 때와 같이 양쪽엔 수사관들이 앉고 박 전 대통령은 차량 뒷좌석 가운데 끼어 앉은 채 서울구치소로 호송됐다. 머리를 풀고 화장을 치운 채로 구치소로 출발하는 박 전 대통령의 초췌한 모습을 본 국민들은 그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인간적 동정심을 떠나 그 혼자만의 비극이 아닌 국가와 국민들의 불행이기 때문이다.
영장 발부 이유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혀 검찰이 소명한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했다. 앞으로 진행될 재판결과를 봐야 하겠지만 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감은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사실을 심어준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자신도 대통령 시절 늘 법과 원칙을 강조해왔기에 부인으로 일관하기보다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열거하기조차 창피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권력층의 전횡과 그 폐해는 이미 구속된 장차관급들의 재판과정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정치지도자는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거울삼아 이런 비극적 사태를 재연해서는 안 된다. 전직 대통령의 구속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해서도 안 된다. 오로지 특권과 반칙이 없는 정의로운 사회를 건설하는 밑거름이 돼야 한다. 박 전 대통령 개인으로서는 치욕스런 일이지만 대선주자들은 새로운 리더십을 창출하는 데 노력해야 할 일이고, 민주주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새로운 출발점으로 승화시켜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