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김윤환
힘든 일 있을 때 마다
어머니 이르시길
다 지나간다
다 지나간다
서울 가는 차창 밖으로
무섭게 달려오던 가로수
지나가면 또 달려오고
지나가면 또 달려오고
나무들 다 지나고
돌고 돌아
가로수가 끝난 자리
아, 거기
그가 계셨네
- 김윤환시집 ‘이름의 풍장’ / 2015·애지
유대인의 성서주석인 미드라쉬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큰 전쟁에서 승리한 다윗은 승리의 기쁨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도록 반지를 만들기로 했다. 보석 세공인을 불러들인 다윗은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반지를 만들되 거기에 내가 큰 승리를 거두어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글귀를 새겨 넣어라. 동시에 내가 절망에 빠져 있을 때는 그 글귀를 보고 용기를 낼 수 있어야 하느니라” 보석 세공인은 왕의 명령대로 매우 아름다운 반지를 만들다. 그러나 반지에 넣을 적당한 글귀는 좀처럼 생각나지 않던 그는 여러 날을 고민하다가 솔로몬 왕자를 찾아간다. 보석 세공업자의 설명을 들은 솔로몬은 “반지에 이렇게 적으십시요. ‘이 또한 곧 지나가리라!’”라고 대답한다. 이 이야기를 근거로 시인 랜터 윌슨 스미스는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거대한 슬픔이 노도의 강처럼 평화를 파괴하는 힘으로 그대의 삶으로 쳐들어오고 소중한 것들이 눈앞에서 영원히 사라져 갈 때 매 힘든 순간마다 그대의 마음에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끊임없는 근심이 즐거운 노래를 들리지 않게 하고 피곤에 지쳐 기도조차 할 수 없을 때 이 진실의 말이 당신 마음의 슬픔을 줄여주고 힘든 나날의 무거운 짐들의 무게를 가볍게 하도록 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지금도 벅찬 시련이라고 낙심하는 이들에게 예수는 말했다.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박병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