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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복사꽃 흩날리는

 

복사꽃 흩날리는

/김윤배

오래된 몸 서러운 색깔로 물들이는

복사꽃잎, 연분홍에서 진분홍에 이르는

첩첩한 꽃길, 젊은 날 그 길을

그토록 두려워 떨며 걸었던 것이다

한 세상 여는 일이

세미하게 채도 다른

꽃잎 밟는 일인 것을

꽃잎 밟을 때마다 숨 멎는 줄 알았던

묵시의 시간들은 아팠다



이제는 헐거운 마음으로

저 연분홍 꽃잎 가장자리 밟으며

바람 느릿느릿 지나는 조치원에서



한나절 보낼 수 있겠다 복사꽃잎

흩날리는 아름다운 적소 황홀한

꽃길의 자락

 

 

 

살아온 궤적을 밟고 있다. 꽃길로 비유하는 젊은 시절이 있다. 막연한 불안감과 뒤엉킨 꿈들을 안고 걸어가야 했던 길. 그러니까 진분홍이라는 꿈의 시간들을 두 발이 넘나들었던 것이다. 때로는 솜털 같은 불안들로 때로는 불안을 경계하며 분홍의 시간에 집중하며. 이제 시인은 진분홍의 시간에서 탈색의 과정을 겪고 있는 중이다. 탈색의 길에 이르러서는 꽃잎의 불안 따위는 대수롭지 않는 일, 꽃에 나비가 내려앉는 무게로도 생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때다. 움켜쥐는 시간보다 스르르 빠져나가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때. 헐거운 마음으로 희미해지는 꽃잎의 시간들을 담담하게 관조하는 여유가 엿보이는 시다. /김유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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