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인도나 동남아시아에서도 꽃은 생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꽃은 아직 ‘선물’이다. 그래서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등 기념일이 많은 5월은 ‘꽃 특수’가 발생해 화훼농가와 꽃가게가 가장 바쁘다. 그런데 올해는 상황이 바뀌었다. 꽃 특수가 사라져 화훼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경기침체에다가, 이른바 지난해 9월부터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소비가 급격히 감소했다.
카네이션의 경우 연간 소비량의 약 50%가 4~5월에 집중되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거래금액은 29%, 거래물량은 27%나 감소했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의하면 올해 들어 도매시장의 화훼류 거래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1.1%나 폭락했다는 것이다. 화훼농가들은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쉰다. 경기도 화훼농가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도내 화훼농가가 감소하는 추세다. 도내 화훼농가 수는 2013년 3천19가구에서 2015년 2천812가구로 6.9% 줄어들었으며 꽃 재배 면적도 이 기간 1천201㏊에서 1천91㏊로 9.2%나 감소했다고 한다.(본보 11일자 2면)
그런데 지난해 화훼류 재배 현황 조사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청탁금지법이 시행됐으므로 화훼 재배 면적과 판매 감소폭은 더 확대됐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1책상 1꽃송이 놓기’ 등 꽃 소비를 늘리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봉책에 지나지 않는다. 용인시의 경우 어려움을 겪는 지역 내 화훼농가 231곳에 상토 구입비 5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상토는 비료와 물을 쉽게 조절할 수 있고 화분의 무게도 절반 정도로 가벼워져 효과적이다. 이 역시 한계가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것이다.
청탁금지법 취지는 분명히 옳다. 불공정한 사회를 투명하게 만들자는데 누가 시비를 걸 것인가. 하지만 스승의 날 카네이션 한 송이를 주고받는 것조차 제한한다면 참 삭막한 세상이 될 것 같다. 거듭 말하지만 청탁금지법은 청렴하고 깨끗한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그렇지만 아무리 좋은 법이라도 폐단이 발견되면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영세한 화훼농가들이 심각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지금 전 정권 적폐 청산과 현안문제 해결에 바쁜 새 정부이지만 화훼농가를 살릴 수 있는 대책도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