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창립 67주년 기념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3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인상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총재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창립 제67주년 기념행사 기념사에서 “앞으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가능성에 대한 검토를 면밀히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통화정책 완화와 다른 방향을 시사한 것은 2014년 초 이후 처음이다.
이 총재는 그해 3월 후보자 신분으로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미국 출구전략과 맞물려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정책금리 조기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해외자본 유출 압력이 커질 경우 국내에서도 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취임 직후인 4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도 물가 상승압력이 생기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이후 경기 흐름이 정반대로 급변하는 바람에 금리 인상 카드는 꺼내지 못했다.
당장 그해 5월 금통위에서는 세월호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며 금리 인상은 미뤘다. 다만, 통화정책이 경기회복을 어느 정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그때까지는 인하와도 다소 거리를 뒀다.
그러다 7월 경기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고 밝히며 금리 인하를 시사하기 시작했고, 8월에는 15개월 만에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듬해 4월 우리 경제에 미약하지만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며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입장으로 돌아섰으나, 직후 메르스 사태가 터져 경기가 급속히 냉각하면서 완화 기조를 계속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창립 67주년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당시는 4% 성장이 다 예상될 때니까 당연히 그랬는데 이후 세월호라든가 메르스 등 여러 사건이 터지며 성장세가 (약해지고), 수출도 부진하고 하면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왜 3년 전 얘기를 왜 지금 와서 꺼내냐. 3년 전처럼 그러지 못할 거란 생각을 갖고 묻는 것이냐”며 다소 민감하게 반응했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통화정책 담당)는 이날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부동산 시장 상황 변화와 미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반영해 5월 금통위 때보다 반걸음 더 나가는 메시지를 주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총재는 13일 낮 12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은 본관에서 첫 회동을 가질 예정으로, 기준금리와 관련된 논의가 오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장선기자 kjs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