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유승민 대표가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에 선을 그은 반면,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보수통합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대립각을 세워 잠복해 있는 내부 갈등이 다시 표출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유 대표는 28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희망도 변화도 없는 한국당과의 통합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유 대표는 앞서 지난 13일 대표로 선출된 직후 “(당내에서) 12월 중순까지 중도보수통합 논의의 성과를 내자는 합의가 있었고 저도 약속했기때문에 진지하게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당이 바른정당을 ‘배신자 집단’으로 규정하며 ‘문’을 걸어 잠그자 이후 25일 연찬회에서 “한국당과 대화가 이뤄질 만한 상황이 아니다, 대화라는 게 상대방이 진지한 자세로 나와야 가능하지 않겠냐”며 통합에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데 이어 이날은 아예 통합의 대상이 아니라고 못 박은 것이다.
유 대표의 이런 ‘발언’ 탓인지 바른정당은 최근 정책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국민의당과는 연대 내지 통합의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지만, 한국당과는 이렇다 할 대화를 시작조차 하지 않고 있다.
유 대표는 특히 ‘마음은 국민의당 쪽으로 조금 기울었지만 국민의당의 내부사정이 변화하는 것을 보고 결정하겠다는 말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분명하게 답변해 국민의당과의 연대 및 통합을 우선 순위로 꼽고 있음을 숨기지 않았다.
반면 남경필 지사는 자신의 블로그에 “보수와 중도가 통합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통합에도 순서가 있다”며 “보수통합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남 지사는 “순서가 뒤바뀔 경우 그 결과 값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일의 순서를 바꿔 잘못된 길로 가서는 안 된다”며 사실상 국민의당과의 통합 논의에 제동을 걸었다.
남 지사는 “보수의 통합과 개혁이 선행되어야 온전한 ‘보수+중도 통합’도 가능하다”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열린 마음으로 보수통합에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 대표는 남 지사의 이런 언급과 관련해 “남 지사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그런 생각을 당이 수용하려면 다시 모여 의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난번 의총에서 중도+보수 대통합의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의했고, 저는 대표로서 그런 합의를 지키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밝혔다.
유 대표는 “양쪽의 대화 창구를 열어놨는데 현실적으로 잘 되는 데가 있고 안되는 데가 있다”며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가 지지부진함을 자인한 뒤 “제 개인적으로는 양쪽 다 열린 상태로 가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임춘원기자 l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