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의 발
/송은숙
스크럼 짜고 담장을 오르는
와와 푸르게 함성 지르며
기어이 담장을 넘는
간밤 비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더욱 윤기 흐르는 담쟁이들 사이에서
담장을 놓치고
스크럼을 놓치고
뒤집힌 담쟁이를 보았다
치마처럼 펼쳐진 그늘 아래
담쟁이의 발바닥이 보인다
퉁퉁 부어 있다
가만히 만져주고 싶은
저 글썽거리는 멍
- 송은숙 시집 ‘얼음의 역사’ 중에서
담쟁이의 상징은 억척같은 삶과 희망 그리고 생명력이다. 화자는 어느 날 담장을 넘어가는 담쟁이덩굴을 보았다. 최악의 조건인 직벽을 힘겹게 오르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악착같이 기어오르는 담쟁이덩굴 속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우리의 민초들을 본 것이다. 하루 최저 임금을 벌기 위해 물류창고, 미화용역, 공사장 잡부,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하루 연명하는 담쟁이 같이 살아가는 민초들, 하루 종일 서서 일하면서 심줄이 툭 튀어나오는 하지정맥증을 보이는 증상에도 일당을 벌기 위해 오늘도 지친 몸 이끌고 작업장으로 나서는 어머니 아버지, 멍든 다리를 가만히 만져주고 싶다. /정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