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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인문학]스티브 잡스 인문학과 보통 인문학의 차이

 

 

 

“관점을 바꾸고, 틀을 깨고 나와서 틀 밖에서 바라보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인간 내면의 본질적인 부분에 관심 가져야 한다.” ‘관점 디자이너’로 알려진 박용후 씨의 외침은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에 가까이 다가갔지만 부족한 점이 있다.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에 대한 오해가 있는데 번역 오류부터 살펴보자.

인문학은 영어로 휴머니티스(Humanities)다. ‘후마니타스’라는 경희대학교의 인문학 양성과정이 있는데, 휴머니티스는 인간적인 특성의 이상을 실천하려는 실천적 교양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은 인간적인 특성이 이상적으로 작동하는 배경이 되는 기술 관련 연구가 바탕에 깔려있다. 서강대의 아트&테크놀로지 학과나 전국의 과기대와 대전에 있는 CT센터에 더 가깝다. 인문학이라는 단어는 ‘리버럴 아츠(Liberal arts)’로 번역되는데, ‘인간적 자유를 향한 진보적인 삶의 예술’로 해석 가능하다. 줄여서 자유로움의 기술이다. 이는 기계를 생명체로 보는 애니미즘적인 철학을 가졌던 인공지능의 아버지 ‘마빈 민스키’나 컴퓨터를 인간의 잠재된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도구로 보았던 ‘앨런 케이’ 같은 인물들이 품었던 철학이다. 귀족들이 노예들의 노동 덕에 누렸던 것이 인문학이다.

현대 교육의 대표적 어원인 아카데미(Akad meia)와 스쿨(Schole)의 뜻은 ‘나무그늘 아래서 누렸던 여유 도중 나누었던 스토리의 기록’이다. 인공지능의 최초 설계자들은 귀찮고 어려운 계산을 대신해주는 기계가 월급을 받는 인간들의 노예상태를 벗어나게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런 인간과 컴퓨터, 로봇의 관계 속에서 더 인간적이고 더 개인적인 다원주의에 도달하도록 기술과 예술, 인간의 영역을 융합적으로 생각해보는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호기심과 연구가 스티브 잡스의 인문학이다. 그래서 문사철(文史哲)을 중심에 둔 한국의 인문학은 잡스가 말한 인문학과 상당히 다르다.

한국의 인문학이 잡스의 인문학이 되려면 다양한 분야에 대해 융·복합적인 공부를 많이 한 지식인들이 유·초·중·고교 곳곳에 배치되어야 한다. 초·중·고와 대학에서 문과, 이과 구분 없이 문과적 깊이와 이과적 넓이가 모두 갖추어진 다양한 커리큘럼들이 학생 개인들의 관심에 맞게 늘 재배치될 필요가 있다. 이슈나 주제나 문제점을 중심으로 동아리를 구축하여 인문적·과학적으로 해법을 찾아가며 토론하는 교육은 현시대 기업들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과정과 일치한다.

우리 교육이 일본의 교육유신을 이길 수 있는 기회는 학생들이 학과목보다는 학습동아리를 더 중히 여기게 하면 된다. 이후에는 국제바칼로레아(IB)보다 더 긍정적으로 문·이과 구분 없이 맥락과 스토리가 살아있는 교육이 가능하다. 소설 쓴 공무원이자 과학분야에서 행정을 담당한 영국의 ‘찰스 퍼시 스노’는 이렇게 말했다. “과학자는 ‘셰익스피어’를 모르고, 인문학자는 ‘열역학 제2법칙’을 설명 못한다. 둘 사이의 심각한 간극은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 손실이다”

스티브잡스의 인문학은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기술이며 세상을 살며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창조적 기술로서의 교양이다. 기술과 인문학 사이에서 애플의 기술들이 나왔다는 말은 문화인류학, 과학기술 사이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했다는 말이다. ‘Liberal Arts’는 모든 영역에서 변화를 관찰하는 기술이다. 즉 굳어진 관념으로부터 자유로운 관점으로 미래를 보는 창의성을 의미한다. ‘오스카 와일드’의 표현처럼 인생을 예술적으로 대하여 두뇌가 심장처럼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가득 차게 하는 기술이며, 사람들의 원초적인 예술적 본능을 느끼게 하는 기술이 바로 ‘Liberal Arts’의 뜻이다.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교양과 함께 의식을 전환하는 자유, 창조적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유! 이 자유가 사람의 본질을 뿌리로 두고 용융되어 자유롭게 흐를 수 있을 때 스티브잡스가 강조했던 인문학 ‘Liberal Arts’의 의미가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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