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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기억이 나를 본다?

기억이 나를 본다?

/박홍점

귀와 눈을 새로 사줄게?

씻어놓은 흰 개미알들을 엎지르듯 쏟아 부은 말들을

모두 주워 담을게

제발 잊어줄래?

내가 너를 화장실 안에서 때린 거

보행기 안의 너를 샌드백처럼 후려친 거

우는 너를 건축 공사장 소음 속으로 밀어 넣은 거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저절로 간절했던 기도를 까마득히 잊었으면 좋겠어

머리칼과 눈썹을 새로 달아 줄게

뇌수를 새로 부어줄게

아가야,

뜨겁게 하루를 달구었던 태양이 물에 몸을 담그는 시간

나는 네 머리맡에서

걸리버 여행기 톰소여의 모험같은

이야기의 첫 장을 이제 막 펼쳤어

이라와 누우렴, 아가야

붉은 얼룩의 기억을 지우고 또 지울게

 

 

 

 

일정한 슬픔 없이 어린 시절이 떠오를 수 있을까. 그러나 만일, 내가 너에게 씻을 수 없는 아픔을 주었다면,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까. “내가 너를 화장실 안에서 때린 거”/보행기 안의 너를 샌드백처럼 후려친 거/우는 너를 건축 공사장 소음 속으로 밀어 넣은 거”. 날카로운 기억들을 중심으로 얼만큼 더 멀어져야… 너와 나는 망각(妄却)의 강을 건널 수 있을까. 우리의 결별이 가을을 스쳐가는구나. 낙과(落果)의 시간이 한파(寒波)의 시간을 불러오는구나. 아가야, “머리칼과 눈썹을 새로 달아 줄게/뇌수를 새로 부어줄게/아가야/이리와 누우렴, 아가야/붉은 얼룩의 기억을 지우고 또 지울게”. 어쩌면 너는 우리의 길을 죄다 걸었다고 믿고 있을까. 아! 아! 벌써 북쪽강을 건너갔을까. 만일, 이 길이 편도밖에 없는 길이라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안하다, 많이 미안하다. 만일 네가 돌아온다면, 모든 길목의 차단기를 내려놓고 내가 기다리면 안될까. 만약에 만약에 말이야, 다음 생(生)이 있다면… 내가 너를 엄마, 엄마라고 부를게. 그렇게 할게. /박소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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