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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튐에 대하여

 

 

 

튐에 대하여

                           /박덕규

내 경쾌한

공의 운동, 실은

도약을 위해 근육을 모으는 때, 바로

그 순간, 이미 돌아올 것을 예감함, 태어나면서

죽음을 본 끔찍함.

끔찍함!

 

 

시집 『아름다운 사냥』은 1984년에 초판 되었으므로, 시 「튐에 대하여」의 시적 정서는 한국 현대사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 주체는 질곡의 현대사 속에서 공의 ‘운동성’처럼 생의 한계와 절망 사이를 오갈 뿐, 삶의 체험과 휴식을 허락받지 못하는 존재이다. 시인의 목소리는 공포의 진실 앞에서 격앙되어 날카롭다. 경쾌함·끔찍함의 대비가 그렇고 태어남과 죽음의 대비가 그렇다. 내 안의 신이 너를 만나는 ‘삶’이 없다는 것, 이것은 너와 내가 행복할 순간 즉, 사랑의 역사를 구성할 수 없는 기회의 부재함(끔찍함!)을 고발하는 시선(觀)이다. 나는 ‘태어나면서·죽음을 본’ 자이다. 사면(四面)에 눈이 있고 귀가 달린 시대에, 주체는 불안의 순간마다 탄력성으로 존재를 증명한다. 하지만 매 순간 생과 죽음을 반복하는 운명에 갇힌 존재이다. 나는 극렬한 운동성을 통하여 나를 사로잡는데, 나의 사로잡힘이 생의 생성이 아니라 본질의 변질로 나아간다는 데 파괴력이 높은 것이다. 짧은 시(詩)지만 현실에 대한 저항감과 존재는 존재다운 ‘삶’이 허락되어야 한다는 강렬한 요구를 함유한 작품이다. 마지막 행에 놓인 ‘!!’ 부호는 아찔했던 역사의 순간이 다시 떠오르고 광장의 촛불이 다시 떠오르게 했다. 결코 시대의 공포가 시인들의 내면을 타격하고 다시 詩로 쓰여서는 안 되는 일이다. /박소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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