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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 포용국가 아동정책과 공적 책임의 역량강화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민법상 규정된 부모의 ‘체벌’ 권한 삭제를 추진한다. 부모가 훈육 목적으로도 자녀를 체벌하지 못하도록 민법 915조에 규정된 부모 등 친권자의 ‘징계권’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시작된 2001년부터 최근까지 매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 2천105건에서 2017년 2만2천367건으로 10배 이상이나 늘었다. 더욱 놀라운 통계는 학대 장소는 가정이 전체의 80%이며 학대한 사람은 부모나 대리양육자가 거의 대부분이다. 아동학대를 막으려는 사회적 노력에도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현상에서 볼 수 있듯 이제는 국가와 공동체가 아동학대 방지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때다. 비록 부모라 하더라도 명백한 아동학대의 경우 아동복지법이나 아동학대처벌법 등 현행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민법의 친권자 징계권 조항 때문에 다툼의 여지가 있어 결국 사안별로 법원에 판단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아동학대가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법제 개선과 행정력 강화는 뒤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훈육의 의미와 행태가 민법 관련 조항이 처음 등장한 59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체벌 금지에 대한 주장이 대두되면 어느 나라나 반대되는 입장에서 내세우는 감성이 있는데 바로 ‘사랑의 매’이다.

‘사랑의 매’는 우리에만 있는 감성이 아니고 전 세계 곳곳에 만연한 감성이라고 하며 바로 이것이 체벌의 큰 위험성 중 하나라고 한다. 폭력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위험성이 여기에 있다. 아동학대 근절의 실례로 스웨덴을 들 수 있다. 스웨덴은 아동체벌금지를 세계최초로 법률화한 나라다. 실제 스웨덴에서 체벌한 어느 아동의 실화가 생각난다. 한 어머니의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 그 아이를 꾸중하기 위해 그 아이에게 회초리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회초리로 쓸만한 막대를 찾지 못하자 이 아이가 돌을 들고 가서 어머니에게 막대기가 없으니 가져간 돌을 던지라고 했다. 이것은 회초리가 훈육이 아니라 폭력이었고 어차피 폭력을 가하는 일이라면 돌을 던지는 것이나 회초리로 맞은 것이나 아이에게는 다를 바가 없었다는 것이다. 체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사랑의 매’가 아이에게는 얼마나 가혹한 것인가를 말해준다. 스웨덴이 1973년 체벌 금지 법 조항을 만든 이후 서유럽 국가 대부분이 이를 도입했다. 일본에서도 최근 부모의 자녀 체벌 금지를 명기한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통과를 앞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모의 자율권 침해라는 반론도 나온다. 복지부의 2017년 국민인식 조사를 보면 체벌이 필요하다는 사람이 76.8%에 이른다. 그러나 아이를 가르치다 보면 때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안일한 인식 아래에서 매달 2명 이상의 어린이가 학대로 숨지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민법 개정은 출발일 뿐이다. 감시 인력이 모자라 학대받는 아동을 찾아내지 못하거나 그 행정력이 가정의 문턱을 넘지 못해 아동이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도·역량 강화를 동반하지 않는 법 개정은 구호일 뿐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체벌을 금지한다고 해서 자녀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필요한 일반적인 훈육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훈육 등을 이유로 자녀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한다는 의미다.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일가족의 ‘극단적인 선택’ 비극에서 영문도 모른 채 어린 자녀가 목숨을 잃는 소식을 접하곤 한다. 이런 선택의 원인 중 하나로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잘못된 관습이 지적되곤 한다. 체벌을 금지하는 것은 부모 혹은 어른에게 귀속된 아동을 보호하기 위함이 아니라 개별개체로 존중받아 마땅한 아동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국가는 공공의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가 단순히 가치관을 전파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률적 조치를 적극 취함으로써 보조해야 한다.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족해졌지만, 삶의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차제에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동 인권에 관한 인식전환을 토대로 가정과 공동체, 학교와 국가 등 모두의 노력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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