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오리 저 꽃을
/최재경
자고나면 너는 나처럼
누추한 행색으로 변두리를 떠돌다
시들어 바람으로 사라지고
나는 또 상심으로 밤을 맞으니 어이하랴
피려다 잠 든 영혼
가만히 만져본다
다시 피어날 수 있다면
함께 떠날 수 있다면
어찌하오리 저 꽃을.
- 최재경 시집 ‘깨금발로 보는 풍경’ / 詩와 에세이·2018
어느 때 꽃이 아니었던 인생이 있으랴만 어느 목숨인들 질 때의 행색은 초라함을 피할 수 없으리라. 막상 곁에 두었던 꽃이거나 사람이거나 혹은 그 영혼이 곁을 떠나는 아픔의 풍경은 어찌하랴만, 시인의 마음처럼 가만히 만져본다면 부추하거나 변두리거나 시들어 바람으로 사라질지라도 늙고 낡고 마치 때를 다한 꽃처럼 사라질지라도 그와 함께 떠날 수 없어서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는 우리의 심성, 심정을 시인이 대신 울어주고 있는 듯하다. 이 시를 가만히 노래내어 읽다보면 아, 시인은 아름다운은 언어의 기교에 집착하지 않고 세월 듦의 쓸쓸한 공감을 가만히 만져주고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김윤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