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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산책]유통기한

 

 

 

유통기한

/이근화

오늘은 검은 비닐봉지가 아름답게만 보인다

곧 구겨지겠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람

사물의 편에서 사물을 비추고

사물의 편에서 부풀어 오르고

인정미 넘치게 국물이 흐르고

비명을 무명을 담는 비닐봉지여

오늘은 아무렇게나 구겨진 비닐봉지 앞에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 이근화 시집 ‘내가 무엇을 쓴다 해도’

 

 

 

 

 

곧 구겨지겠지만 비닐봉지가 사물의 편에서 사물을 비추고 사물의 편에서 부풀어 오르고 인정미 넘치게 국물이 흐르듯이, 곧 유통기한이 닥치겠지만 ‘나’도 사람의 편에서 사람을 비출 수는 없을까. 비명이면 어떻고 무명이면 어떤가. ‘나’도 사람의 편에서 부풀어 오를 수는 없을까. 입고 먹고 사는 것들 편에서가 아니라, 무슨 이념이나 신념의 편에서가 아니라, 나아가 삶의 의미와 무의미의 편에서가 아니라 사물의 편에 선 아름다운 검은 비닐봉지처럼, 사람의 편에 서서 인정미 넘치는 사람을 보여줄 수는 없을까./김명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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