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편지
/박정대
돌아가고 싶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이삭 줍던 황혼의 들녘
새들이 별빛을 물고 따라오던 그 저녁의
등불 아래로, 젖은 신발을 끌며
돌아가고 싶습니다
- 단편들 / 세계사·1997
우리는 무슨 이유로든 모두 애써 고향을 떠나왔지요 고향에 오래 발묶여 있는걸 부끄러워 했지요 그렇게 서둘러 떠나온 고향을 산전수전을 다 겪고 나서야 그 곳이 생명을 이루던 곳임을 알아내지요. 비로소 마음을 다해 ‘돌아가고 싶습니다’ 고백하지요. 그러나 이미 돌아가기엔 늦었지요.
/최기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