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이 수용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자립을 지원하는 시설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권고했다.
23일 인권에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 거주 시설은 2009년 1천19개소에서 2017년 1천517개소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거주 시설에 사는 장애인도 2만3천243명에서 3만693명으로 증가했다.
2017년 인권위가 실시한 '중증·정신장애인 시설 생활인에 대한 실태조사'에 의하면 중증·정신장애인 시설에 생활하는 장애인 중 67%가 비자발적으로 거주시설에 살고 있었다.
비자발적 입소 사유는 '가족들이 돌볼 여력이 없어서'가 44.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10년 이상 거주한 비율이 58%로 가장 많았다.
특히 정신요양원은 10년 이상 장기입소자 비율이 65%를 넘었다.
장애인 거주 시설은 1개 방에 '3∼5명'이 함께 거주하는 비율이 52.4%였으며, '6명 이상'이 36.1%였다.
거주 시설의 장애인은 '다른 사람이 안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없다'(38.3%), '자신이 원할 때 자유롭게 목욕하기 어렵다'(34.8%), '기상과 취침 시간을 결정할 수 없다'(55.0%), '식사 시간 등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75.4%)는 점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인권위는 "거주 시설 장애인은 본인 의사와 달리 가족 및 지역사회에서 분리돼 10∼20년, 심지어 사망할 때까지 산다"며 "사생활을 전혀 보장받지 못하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으며, 다양한 삶의 기회와 선택권이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에 국무총리에게 범정부·민간 참여 '장애인 탈시설 추진단' 구성과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마련을 권고했다.
또 오는 25일부터 내달 25일까지 대구광역시를 시작으로 전국 7개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 장애인 인권단체 등과 '장애인 탈시설 정책토론회'도 진행한다.
토론회는 장애인과 가족, 시설종사자, 장애인 인권단체와 지자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한편 유엔 장애인 권리위원회는 2014년 10월 한국 정부에 '효과적인 탈시설 전략을 개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박건기자 90vir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