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경림
영문 모를 허기와 질투와 발정의 밤은 갔다
그는 지금 되바라진 대낮의 권태를 눈꺼풀 속에 간단히
말아 넣고
스르르 잠에 들고 있다
녹슨 쇠사슬을 끌고 가는 수레 소리 아득하다
- 이경림 시집 ‘급고독’ / 창작과 비평
모두 잠든 사이 깨어 있는 밤은 어둡고 길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눈 속에 들어차는 “허기와 ”질투“와 ”발정“은 능동적이다. 고양이가 되어 어둠 속에서 폐휴지를 줍는 노인을 보았을 때 느꼈던 ‘외로움’과 ‘쓸쓸함’은 아직까지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낡은 수레를 끌고 골목을 드나드는 노인의 등처럼 휜 이 가을. 고독이 고독에게 파먹히고 있다.
/권오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