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일월 파
/정끝별
매운맛 든 햇대파 한 단
달랑달랑 사 들고 와
베란다 빈 화분에 북 주듯
다시 심고 있는 팔순의 엄마
일파만파 쏟아질 듯 웅크린 등허리
- 정끝별 ‘은는이가’ / 문학동네
우리 곁에 늘 있는 것, 늘 품고 있는 것, 둥글어지는 소망 같은 것. 엄마의 품은 그런 것이다. “한 단”의 아름을 품고서도 “다시” 품기를 주저하지 않는 “등허리”를 지금 보고 있다. 선물처럼 남겨주었던 겨울과 그 계절 속에서 견뎌내는 대파의 “매운맛”에 대한 잔상들이 다시 살아난다. 당신 뒤에서 깊어지고 가까워지는 십일월이다.
/권오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