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의 얼굴
/조말선
백 개의 의자를 가진 나는 백 개의 나로 분열한다
나는 점점 멀어지고
나는 점점 희미해지고
나는 점점 증식하고
백 개의 의자를 빼앗긴 그는 한 개의 그로 응축한다
그는 점점 짙어지고
그는 점점 밀집하고
그는 점점 그가 되고
- 조말선 ‘둥근 발작’ / 창작과 비평
소설에 든 11월의 거리에 낙엽들이 뒹굴고 있다. 서로 다른 색깔과 모양과 성질을 가진 이파리들이 이 계절 동시다발적으로 잎을 떨구고 있다. 자동차들이 지나칠 때마다 “둥근 발작”을 일으키는 이파리들의 “분열”이 “점점 희미해지고”, 그러다 다시“밀집”한다. 그렇다면 나무들은 자신의 이파리들을 떨쳐 보낸 것인가, 이파리들이 나무를 떠난 것인가. 한 해가 다 가도록 “나”와 “너”는, 앉아 있던 의자는, 그 자리는 얼마나 많은 교체와 부재를 반복하고 있었는지 의자의 “증식”은 계속된다./권오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