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이와 덕분이
/이영자
우엉잎에 밥을 싸서 쌈밥을 입에 넣고
손바닥에 묻은 양념장을 핥다가 보니
손금이 달라졌다
전에 없던 고방이 생기고 명줄이 길어졌다
나도 내 손바닥 일을 잘 모르지만
가만가만 짚어보니
덕분이와 때문이 때문인 것 같다
둘을 끼고 살면서 편애했던 것이다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
때문이 때문이라고 덮어 씌우고 살다가
덕분이를 잊고 살다가
토라진 덕분이를 달래려고
덕분이 덕분이 모든 것이 덕분이 덕이라고
덕분이를 챙긴 날부터
운명선까지 바뀌었다
- 시집 ‘미리 달다’ 중에서
어떤 때는 마음먹기에 따라 그 상황이 달라질 때가 있다. 어떤 난처한 상황에 놓였을 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하늘과 땅만큼 달라질 수 있다.
긍정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부정으로 받아들일 것인가는 순전히 개개인마다 다 다르지만 ‘반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부정적 인식이다.
그러나 ‘반이나 남은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긍정적 인식이고 이런 긍정의 힘이 운명선까지도 바꿀 수 있다. 시인의 말처럼 모든 것이 ‘너 때문’에 일어난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너 덕분’으로 일어난 긍정적인 것이니 얼마나 감사하고 기쁘겠는가. ‘당신 덕분으로 내가 이렇게 잘 되었어요 감사해요’ 매순간이 즐겁고 행복해질 것이다.
/이기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