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한 형상의 가면
/브레히트
내 방 한쪽 벽면에 일본 목각 제품 한 개가 걸려 있다.
금색 칠을 한, 악마 형상의 가면이다.
이마에 툭 불거진 힘줄을
감전된 듯 나는 본다. 그것은
악한 것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보여 준다.
- Bertolt Brecht베르톨트 브레히트 ‘서정시를 쓰기 힘든 시대’ / 민음사
세상에, 해일이 일거나 지진과 폭풍이 일어나는 일이 많다. 들고 일어나는 것에는 아픔이 많다. 아프다. 아픈 계절들이 많아지는 곳을 ‘세상’이라고 이름 지었을 때부터 “조각”한 “가면”은 지금도 잘 팔린다. 불끈 “힘줄” 드러낸 조각이 인기다. 예민한 조각가는 숨어 조각할 나무를 베고 있다. 신제품 가면이 잘 팔리는 계절이므로.
/권오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