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북(嶺北)
/이홍섭
꽝꽝 얼어붙은 강 밑에서
내장까지 다 보여주며
나 좀 봐, 나 좀 봐 하는 빙어를 보면
추위와 눈보라 속에서
살과 뼈가 녹아가며
침묵의 거친 숨을 내쉬는 황태를 보면
꼭, 꼭 이놈이 시인 같다
겨울이 와서
새들도 날지 않는 겨울이 와서
빙어와
황태와
꽝꽝 얼어붙은 강과
눈보라 치는 언덕
- 이홍섭 ‘터미널’ / 문학동네
북풍한설 덕장에 걸린 “황태”와 얼음장 밑의 “빙어” 사이에서 겨울의 말은 얼음장 밑에서 숨 트고 있다. 어디에 닿을지 모를 유영의 시간이 흐를 뿐이다. “거친 숨”의 결들. 얼었다 녹기를 수 백, 수 천 번 반복해야 비로소 제 맛 내는 황태, 폭설과 매서운 추위 속에서 꼿꼿이 버티고 서서 견뎌내는 순간들. 시인은 그런 것이다. 제 속 다 드러내 보여도 부끄럽지 않은, 시란 그런 것이다. /권오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