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3일 오후 3시 세계 최대의 경마 경주 중 하나인 ‘멜버른 컵’에서 155년 역사상 처음 왕좌에 오른 여성 기수가 탄생했다.
집보다 마구간을 사랑했던 아이, 역대 멜버른 컵 우승자와 경주마 이름을 줄줄 외웠던 ‘경마 덕후’, 낙마사고로 인한 전신마비를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한 기수, 그녀의 이름은 ‘미셸 페인(Michelle Payne)’이다.
지난 15일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라라걸’(원제 : Ride Like a girl)은 2015년 멜버른 컵 우승 기수인 ‘미셸 페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지구 건너편 ‘멜버른 컵’에서의 기적처럼 한국 경마에서도 자신만의 실력으로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기수가 있다. ‘슈퍼땅콩’ 김혜선 기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국판 라라걸 김혜선 기수의 위대한 여정은 2017년 ‘제18회 코리안오크스’ 경주에서 완성됐다.
2017년 6월 11일, 16마리의 말들이 3세마의 여왕을 가리는 경주인 ‘코리안오크스’의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출발대 앞에 섰다.
420~430㎏의 작은 말 ‘제주의 하늘’을 우승을 점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단승 기준 56배라는 큰 배당도 경마팬들의 기대치가 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변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됐다. ‘제주의 하늘’은 초반 레이스에선 후미에서 힘을 쓰지 못했으나 4코너를 지나 조금씩 치고 들어오다가 결승선이 다가올수록 몸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최종 결승선에서 결국 머리 차 간발의 승부로 ‘그녀들’이 들어왔다. 바로 김혜선 기수와 ‘제주의 하늘’이었다.
그녀의 기수 생활에는 언제나 ‘최초’가 따라다녔다.
2009년 데뷔한 그녀는 2013년 여성 기수 최초로 프리를 선언하며 프리기수로의 첫 발을 내딛었다.
남자 프리기수들에게 결코 뒤처지지 않는 기량을 보여줬던 그녀는 결국 데뷔 후 10년도 채 되지 않은 시기에 ‘여자 기수 최초 대상경주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우승 후 인터뷰에서 그녀는 말을 잇지 못할 정도로 감격하며 환희와 감동의 눈물을 보였다.
최근 그녀는 그 동안 받았던 트로피와 상패 등을 통해 기수 생활을 돌아보는 콘텐츠를 게시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의 공정 대상, 코리안 오크스, 100승, 200승 기념 트로피까지 어느 것 하나를 베스트로 뽑을 수 없을 정도로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고 감사하다는 그녀였다.
그녀는 영상을 통해 “100승, 200승 차곡차곡 이뤄낸 만큼 얼마 남지 않은 300승 또한 이루겠으며 출산 이후 기수로 반드시 복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녀는 “조교사로서의 꿈에도 계속 도전하겠다”는 당당한 포부도 밝혔다.
/과천=김진수기자 k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