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부르는 노래
/김찬옥
듣기만 해도 좋은데
직접 부르면 더욱 더 좋은데
엄마- 엄마--- 자꾸 부르면
봄 햇살처럼 오시어 언 가슴에 손이 얹힌다
밭두렁에 앉아 풀꽃반지를 끼고
반지가 다 시들 때까지 들추어 본다
한 낮에도 아침 이슬이 풀잎 위에서 뒹군다
홍시 같은 단내가 입술 밖까지 발갛게 묻어 난다
채전 밭의 상치처럼 치마폭을 넓혀주는 이름
몇 억 광년이 지난 별자리처럼 어떤 자리에서도 굴하지 않는 이름
듣기만 해도 몸이 동하는
부르면 뜨거운 눈물이 먼저 답하는
새끼들 이름 앞에서 먼저 불러 볼 걸,
꽃신으로 갈아 신기기 전에 더 많이 불러 드릴 걸,
■ 김찬옥 1958년 전북 부안 출생. 1996년 현대시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물의 지붕』 『벚꽃 고양이』, 수필집 『사랑이라면 그만큼의 거리에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