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변호사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역대 가장 많은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결정된데다 방송통신대학교와 야간 로스쿨 도입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제9회 변호사시험을 통해 1천768명이 합격한 것으로 결정했다.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이 진행된 이후 합격인원이 1천700명선을 넘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보면 첫 시험이 치러진 ▲2012년 1천451명 ▲2013년 1천538명 ▲2014년 1천550명 ▲2015년 1천565명 ▲2016년 1천581명 ▲2017년 1천600명 ▲2018년 1천599명 ▲2019년 1천691명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합격자 수가 과도하게 많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법무부가 결정한 합격자 수는 작년보다 4.6% 증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정원의 88.4%에 해당한다”며 “로스쿨 교육 형해화, 법률시장 수급 상황 , 유사직역 통폐합 미실현 등 현실을 도외시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도 개선없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숫자만 늘린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하게 되고, 변호사들에게도 고통만 가중시킬 뿐”고 지적했다.
올해 4월 기준 전국에서 2만8천명에 달하는 변호사가 대한변협에 등록돼 있다.
변호사들이 합격자 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방송통신대학교·야간 로스쿨 도입도 예고됐기 때문이다.
4월 국회의원선거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공약으로 전국 25개 로스쿨(입학정원 2천명) 외 방송통신대학교 로스쿨 도입을 내걸었다.
지난달 11일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등록금과 부대비용이 많이 들고 전형과정도 20~30대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로스쿨의 단점을 보완하고 사회적 약자 배려, 다양한 경력의 법조인 양성을 위해 야간·온라인 로스쿨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2017년에도 온라인·야간 로스쿨 도입이 검토·추진됐지만 대한변협과 로스쿨협의회가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21대 총선에서 단독으로 법안 통과가 가능한 의석 수 180석을 확보하면서 방송대·야간 로스쿨은 무리없이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 소속의 한 변호사는 “국가는 무한 경쟁을 통한 사법서비스 질에 개선되기를 바라면서 배출되는 변호사 수를 늘려가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생존을 위한 현실 앞에서 초년 변호사들을 중심으로 사무장이 고용하는 변호사가 되거나 의뢰인을 무리한 소송으로 끌어들이는 등 변호사법에 윤리장전을 위반하는 사례도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철기자 jc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