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다
/목필균
약속 없이 태어나서 산다는 것이
첫 울음이 첫 숨소리인 것처럼
살기 위해 먹는 것처럼
숙명으로 끌어안은 생명인 것을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고
귀인도 만나고
담금질하는 사람도 만나고
평생 할 일을 설계하여 이룰 때까지
사랑과 이별로 희비의 근육을 키우며
안간힘으로 버틴 청춘도 기울어
피할 수 없이 늙어가는 육신인 것을
마음은 홀로 갈 수 있지만
육신은 홀로 가기 버거운 것을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고
손잡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일인지
사라져 보면 안다
만날 수 없으면 안다
두 다리 성하여, 두 눈이 성하여
단단해진 마음으로 함께 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낙엽 지듯 떨어져 나가보면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가슴에 젖어든다는 것을
■ 목필균 1954년생, 용인 출생. 『문학21』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시집 『거울보기』, 『꽃의 결별』, 『내가 꽃이라 하네』, 『엄마와 어머니 사이』, 수필집 『짧은 노래에 실린 행복』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