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원, 1969년부터 6년간 72승
모든 기록 수해 입어 사진도 없어
포경선, 80년대 15연승 전무후무
68㎏ 부담중량 지고 달려도 우승
과천시대선 차돌·대견 등 뒤이어
경마계에서 온라인으로 과거 스타말을 추억하는 팬들이 점점 늘고 있다.
특히 5070 올드팬들은 일명 ‘뚝섬시절’로 불리는 1970~1980년대 추억의 명마들을 기억한다.
대표적인 명마가 ‘에이원’과 ‘포경선’이다.
‘에이원’은 1969년 호주에서 도입된 갈색 암말로 뚝섬경마장에서 1974년까지 6년간 72승이라는 공전의 기록을 세웠고 비공식으로는 25연승이라는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전산화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때 모든 기록을 수해로 잃는 바람에 기록을 인정받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명마 에이원은 적수가 없었던 전설적 존재다.
10여 년 전부터 ‘에이원’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마사회 관계자는 “이름과 분필로 적힌 배당판 사진 등은 남아있지만 정작 실물 사진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고 전했다.
인터뷰 자료에 의하면 기수 박진호는 “에이원과 20차례 호흡을 맞춰 단 한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고 회고했다.
80년대에는 명마 ‘포경선’이 등장한다.
1983년 뉴질랜드에서 도입된 ‘포경선’은 밤색의 거세마로 통산 25전 20승 중 그랑프리를 2연패했다.
1985년부터 1987년 사이 달성한 15연승은 무려 24년간이나 깨지 못할 만큼 대단한 기록이다.
상대할 말이 없어 무려 68㎏의 부담중량을 지고 출전했음에도 우승했던 ‘포경선’은 강렬한 이미지로 경마팬들을 사로잡았다.
1989년 뚝섬시대가 막을 내리고 경마장이 과천으로 이전하면서 새로운 스타말들이 등장했다.
1987년부터 1994년까지 무려 8년간 경주로를 달렸던 경주마 ‘차돌’은 520㎏ 거구를 자랑했고 첫해 12전 8승을 올리며 두각을 나타냈으나 이후 경주 중 펜스 쪽으로 파고드는 나쁜 습관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천우신조의 기회는 1989년 여름 때 마침 경마장이 이전하며 진로 방향이 반대로 바뀌었고 그해 파죽지세로 달린 ‘차돌’은 그랑프리를 비롯해 대상경주를 3개나 휩쓸었다.
지금은 26개의 대상경주가 있지만 당시는 연 7회밖에 없었던 시절로 대단한 기록이다.
뒤를 이어 등장한 경주마 ‘대견’도 한국 경마계를 빛낸 스타 중 하나다.
1993년 데뷔해 2001년까지 무려 9년 동안 통산 49전 29승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경마팬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60~64㎏의 부담중량을 받아야 할 정도로 월등한 능력을 소유했던 ‘대견’은 6세 때인 1995년 그랑프리 경주에서 우승도 차지했고 12세까지 활약했다.
1990년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새강자’도 빼놓을 수 없다.
1996년 태어난 국산마 ‘새강자’는 1999년 그랑프리 경주에서 외산마들을 따돌리고 국산마 최초로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경마팬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경주마로서는 노령인 9세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오랜 시간 주로의 강자로 군림했다.
스타말의 존재는 한국경마 100여 년의 역사를 옹골지게 채워왔다.
이들의 선전 덕분에 이후 국내산 3관마 ‘제이에스홀드’, 17연승이란 신기록을 세운 ‘미스터파크’, 대통령배 4연패에 빛나는 ‘트리플나인’ 등 수없이 많은 명마들을 계속 만날 수 있었다.
지금은 ‘돌콩’, ‘블루치퍼’, ‘문학치프’ 등 떠오르는 명마들로 역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과천=김진수기자 kj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