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21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 협상에 실패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됐다.
한 정당이 상임위원장 전석을 차지한 건 1985년 구성된 12대 국회 이후 32년 만의 일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29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21대 국회 전반기 예산결산위원장에 정성호 민주당 의원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국민과 기업들의 절박한 호소를 더 이상 국회는 외면할 수 없다”면서 “의장과 여야 모두 국민과 역사에 두려운 심판을 받겠다”며 표결을 진행했다.
표결 결과, 정무위원장에 윤관석, 교육위원장에 유기홍,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에 박광온, 행정안전위원장에 서영교,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 도종환 의원이 각각 선출됐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에는 이개호, 환경노동위원장에 송옥주, 국토교통위원장에 진선미, 여성가족위원장에 정춘숙,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정성호 의원을 선출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맡는 운영위원장에는 김태년 원내대표가 선출됐다.
다만, 국회부의장 선출을 미루면서 의장단 협의를 통해 결정하는 정보위원장은 뽑지 않았다.
본회의에 앞서 양당은 원 구성 협상을 위한 최종 담판을 시도했으나 ‘법사위’ 문제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는 전날 마라톤 협상에서 상당 부분 의견 접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선 적어도 이날 오전엔 합의를 이루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양당은 합의문 초안 작성까지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당은 법사위원장을 둘러싼 갈등을 끝내 해소하지 못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1대 개원 협상에서 민주당은 오랜 관례와 전통을 깨고 법사위원장을 일방적으로 빼앗아갔다. 후반기 2년이라도 교대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그것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제안하는 7개 상임위원장을 맡는다는 것이 견제와 균형 차원에서 그다지 의미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그동안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양보를 했다. 그러나 통합당이 거부 입장을 통보해 왔다”며 원구성 합의 무산의 책임을 통합당에 돌렸다.
한편 이날 상임위원장 선출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곧바로 상임위를 가동해 각 상임위에 회부된 예산안 심사에 돌입했다. 민주당은 이번 회기 내인 오는 3일 본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