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이후로는 장담 못 해요. 나야 숨만 쉬고 살면 되지만, 젊은 상인들은 애들도 키워야 하는데 어떡하나 몰라요."
강원대학교 후문 인근 곱창집에서 수년째 일하는 50대 종업원이 텅 빈 가게에 홀로 앉아 땅이 꺼질 듯 깊은 한숨을 연신 내쉬었다.
학기 중 매출로 방학 기간을 버티는 대학가 상권이라지만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어 "영업할수록 손해인데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게 문을 여는 상황"이라며 "하루에 매출이 20만원도 안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상권 자체가 망해간다"는 종업원의 말처럼 저녁 시간대임에도 가게 주변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상인 중 젊은 부부가 돈 문제로 다투는 일이 부쩍 늘었다는 소문도 들리고, 이미 망해서 가게를 내놓은 상인들은 물론 그중에는 권리금도 받지 않고 내놓은 사람도 부지기수라고 이 종업원은 귀띔했다.
실제로 기자가 찾은 지난 9일 강원대학교 후문거리에는 한 집 건너 한 집 수준으로 가게를 내놓겠다고 걸어놓은 '임대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저녁이면 화려한 네온사인이 수놓았던 거리는 활력을 잃고 신음하는듯했다.
곱창집 옆 분식집으로 자리를 옮기자 60세 상인은 "매출 20만원이요? 그 정도면 많이 번 것 아니에요?"라며 화들짝 놀랐다.
이 상인은 "우리는 몇천원짜리 팔아서 얼마 벌지도 못하지만, 근근이 생계는 유지했는데 지금은 생활비도 안 나와요"라고 토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학기에 비대면 수업이 이뤄진 데다 방학 기간에 접어들면서 학생들 발길이 끊기자 상인들은 벼랑 끝에 내몰려 있었다.
'정든 대학가를 떠나 자리를 옮겨야 하나', '방학 기간에는 문을 열지 말고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등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주판을 튕겨보고 고민해봤지만, 답을 찾지 못한 상인들은 하루하루를 버티듯 가게 문을 열고 있었다.
방학 기간임을 고려하더라도 학생들은커녕 일반 손님조차 찾기 어려울 정도였다.
22년째 강원대 후문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65)씨는 "오랫동안 가게를 운영해왔지만 이번이 가장 큰 위기"라며 고개를 저었다.
"작년만 해도 학생들이 단체로 몰려와 회식도 했지만, 지금은 손님이 전혀 없다"며 "매출이 얼마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임대료·세금·인건비 등 매월 기본유지비는 들어가지만, 매출은 없어 적자만 눈덩이처럼 쌓여가는 현실에 아르바이트생도 없이 아내와 둘이서 가게를 꾸려나가고 있다는 그는 "가끔 혼자서 울먹거리기도 한다"고 했다.
이웃 대학인 한림대학교 앞 상권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상인은 "지난해 12월부터 매출이 뚝 끊겨 임대료도 감당하기 힘든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힘든 속사정을 털어놨다.
'혹시나 손님이 오지 않을까'하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장사를 하고 있지만 "빛만 쌓이고,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몰라 막막하다"고 했다.
이 상인은 "가끔이라도 일부러 찾아오는 학생들 덕에 힘이 난다"며 "단골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이곳에서 장사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대학가 상권 침체가 길어지자 춘천시와 시문화재단은 7월부터 두 달간 대학로와 애막골에서 문화의 거리 행사를 진행한다.
젊은 층 취향에 맞춰 다양한 설치 미술과 참여형 포토존을 설치하고, 유휴공간을 지역작가와 청년 예술 활동을 위한 로컬아지트로 꾸미는 등 코로나19와 폭염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문화행사를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