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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기관장실 침대

숫자 12가 아니고 1과 2이다. 1은 시장실 비서가 스위치를 내리면 꺼지는 것이고 2는 부시장실 비서가 전원을 OFF하는 전등이다. 1970년대까지 공무원들은 저녁 6시30분부터 숫자 1, 2를 바라보면서 1번이 꺼지기를 기다렸다. 연이어서 2번이 꺼지는 순간 퇴근이다. 1번이 꺼지면 시장님이 퇴근하셨거나 외부에 출장가셨다가 귀청하지 않으심을 알리는 희망(!)의 메신저이고 2번은 부시장이 퇴청하였다는 알림이다.


과거 공무원들은 늘 저녁시간을 이렇게 기다리며 보냈다. 심한 말로 ‘죽은 말 지키기’라고 했다. 말을 소중히 취급하던 시대에는 말고기를 먹지 않았으니 말이 죽으면 도난당할 일이 없는데도 병졸들이 밤새워 지킨다는 의미다. 혹시 기관장이 호출할까 염려하여 퇴근 못하고 기다림을 빗댄 말이다.


수 년전 시청 간부가 시장님께 정부방침을 보고했다. 기관장 사무실이 정부지침보다 넓어서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장님은 즉시 부시장실과 교환하자 했다. 부시장실 면적은 제한규정이 없었다.

 

시장님실이 좁으니 대기실은 더 협소하다. 시장님 일정상 몰아서 접견을 하시는 날에는 손님 3팀이 동시에 대기한다. 기다리는 2팀은 부시장실에서 차대접을 했다. 초면에 재미있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돋우니 어떤 손님은 부시장을 만나고 시장도 보니 1석2조라며 즐거워했다.


최근 기관장실에 침실이 있다면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있다. 하지만 침실은 비상사태가 나서 밤새워 일하고 잠시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라는 공간이다. 수해가 나도 산불이 나도 비상근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모든 공무원이 비상근무중이다. 기관장도 새벽까지 상황실에서 지휘를 하다가 30분 쪽잠을 자고 다시 일어나 일한다.


기관장실 면적 축소에 이어 침대를 치우라는 여론을 보면서 어느 선배의 조크가 떠오른다. “교통사고로 사람이 매일 죽으니 자동차 공장 문을 닫아야 하겠다.”  임시방편으로 ‘언발에 오줌’을 누면 더 차가워서 발가락 동상에 걸린다. 된장 항아리에 모기장을 씌우면 우려(?)는 해소된다.


/이강석 전 남양주시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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