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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여백]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은 가장 아름답다

 

중학교 때 특별 활동반에서 연극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주인공 역은 남학생이었다. 그 상대편 역으로 필자가 뽑혀서 발표회를 앞두고 몇 주를 맹연습했다. 그런데 문제는 주인공인 남자애가 뜨거운 눈빛을 내게 보내는 것이었다. 연극을 하면서도 나는 그 상대편의 남자 주인공 애를 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눈길을 피하며 연극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에도 그 애가 이상하게 나에게 관심 두고 행동했던 것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딴청을 피우던 일이 생각난다.

 

그즈음 나는 국어 선생님을 몹시 짝사랑하였다. 아주 젊으신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그분의 행동 하나하나를 주시하며 왜 그렇게 마음이 설렜는지 모른다. 특히나 글짓기 시간이면 잘 보이려고 열심히 글을 썼다. 그러면 그 선생님께서 잘 썼다고 칭찬해 주실 때 얼마나 기뻤던지, 그날은 온종일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도 선생님과 눈을 맞추려고 애를 썼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토록 좋아했던 국어 선생님을 바라볼 때의 내 눈빛은 어떠했을까?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호감 어린 촉촉한 눈빛이었으리라.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임의 손에/ 자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곧 나거든 나인가 여기소서” - 홍낭(洪娘, 1493~1583)

 

홍랑은 조선 선조 때 함경도 경성의 기생이다. 삼당시인 중 하나인 최경창과 가까이 사귀다가 그와 이별할 때 이 시조를 지었다. 얼마나 애절한 이별이면 이별하면서 버들가지를 꺾어 보냈는지 그 마음이 참으로 낭만적이고 시적이지 않은가?

 

조선조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유명한 전라도 고죽 최경창(1539~1583)은 조선 전기의 시인이다. 1568년 과거에 합격한 최경창은 5년 후인 1573년에 북평사로 함경도 경성(鏡城)으로 부임하였다. 북평사(北評事)는 병마절도사의 문관 보좌관으로 함경도와 평안도에 파견된 병마평사의 약칭이다. 이때 최경창의 나이가 34세였다.

 

최경창은 경성에서 문학적 교양과 감수성을 지니고 재색까지 겸비한 기생 홍랑(洪娘)을 만나 깊이 사랑하였다. 그러나 다음 해 최경창이 다시 한양으로 돌아가면서 둘은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양으로 돌아온 최경창이 병으로 몸져눕자 홍랑은 국법까지 어기고 한양까지 병문안을 온다. 이 일이 빌미가 되어 결국, 최경창은 사헌부 탄핵을 받고 관직에서 파면을 당하였을 뿐 아니라 45세 나이에 객지에서 암살을 당한다.

 

최경창은 당시(唐詩)에 뛰어나 백광훈, 이달과 함께 삼당시인(三唐詩人)으로 불리었는데 머리로 쓰는 송시(宋詩)의 풍조를 버리고 마음으로 쓰는 당시(唐詩)를 따르는 시풍을 삼당시인이라고 한다. 홍랑의 일편단심과 일부종사는 기녀로서 지키기 어려운 것으로 그 당시에 부녀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을 지켜왔다는 점에서, 해주 최씨 문중에서도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들여 묘를 같이 쓰게 되었을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바라보는 눈빛은 참으로 초롱초롱 빛난다. 서로 가까이 다가가서 관심을 받으려 하고 예쁘게 보이려고 애를 쓴다. 어느 날 공원에서 산책하다가 젊은 사람들을 보았다. 마스크를 쓰고서도 이 더위에 서로 끌어안고 입술을 대고 있었다. 서로 바라보는 얼굴에는 환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바라보는 그 눈빛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일지 상상이 되었다. 그야말로 꿀이 뚝뚝 떨어진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사랑할 때는 다 예뻐 보일 것이다. 아니 예쁠 수밖에 없다. 모든 게 다 멋지고 사랑스러운 데 예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옛날 홍랑은 일편단심으로 고죽 최경창을 사랑했다. 그토록 사랑했기에 명시조도 탄생했으리라.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유치환 시인의 시구처럼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 눈빛은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