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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이재명의 '청정계곡 복원'…상인들은 모든 것을 포기했다

쾌적해진 포천 백운계곡…주차장‧화장실 등 인프라 부족
경기도‧포천시, 사유시설 개방 요청…상인들 '통 큰 결단'
코로나19 여파, 탐방객 급감…도시락 여파, 매출 '제로'
'삶의 터전 유지'…상인들 "경기도와 포천시도 약속 지켜야"

 

"청정 하천·계곡 복원을 위해 상인들은 모든 것을 포기했습니다. 사유시설인 주차장과 화장실, 샤워시설도 무료로 개방했습니다. 이제는 경기도와 포천시가 그 약속을 지킬 차례입니다."

 

지난 29일 오후 포천시 이동면 도평리에 위치한 백운계곡에 들어서자 시원한 물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물은 멀리서 봐도 바닥이 훤히 비칠 정도로 맑았다.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올라가자 과거 계곡을 점령했던 천막과 평상, 방갈로 등 불법시설물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누구나 이용 가능한 '공공용 파라솔' 수백개가 설치돼 있었다.

 

가족 단위 탐방객들은 아이들과 함께 물놀이를 즐기며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또 파라솔에서 챙겨온 음식을 먹는 탐방객도 눈에 띄었다.

 

탐방객들의 밝은 표정과 달리 상인들의 얼굴은 어두웠다. 계곡 복원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해야 했지만 손님이 없는 곳이 대부분이었다.

 

백운계곡에서 3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해온 박모(72)씨는 "계곡이 정비되면서 식당을 이용하는 탐방객이 모두 사라졌다"며 "올해 매출은 '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한숨을 내셨다.

 

 

◇단호한 이재명…상인들 읍소에도 "6월 말까지 정리해 주세요."

 

지난 6월20일 백운계곡상인협동조합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람이 업소를 돌며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는 제보였다.

 

이종진 상인조합장은 즉시 수상한 인물을 뒤쫓았는데 그는 다름 아닌 이재명 경기도지사였다. 이 지사가 수행원만 데리고 직접 암행순찰에 나선 것이다.

 

이 지사는 정비가 잘 된 계곡과 달리 아직 산자락에 남아있는 천막과 평상 등을 지적했고, 이 조합장은 8월 말까지만 유예해 달라고 정중히 부탁했다.

 

"6월 말까지 철거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 지사는 단호하고 강경했다. 

 

이 조합장은 지난해 경기도 특별사법경찰단의 대대적인 단속으로 계곡에서 영업 중인 업소 24곳이 300~1000만원의 벌금 또는 집행유예 1~2년의 처벌을 받은 기억이 떠올랐다.

 

이 지사가 다녀간 이후 상인들은 산자락의 불법시설물을 철거하기 시작했고, 6월 말까지 대부분의 시설을 철거했다. 현재 하천과 산지 95% 이상이 정비됐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 '공공시설 부족'에 사유시설 개방…관리는 상인들의 몫

 

쾌적해진 계곡과 달리 공공 주차장과 화장실, 샤워시설 등은 턱없이 부족했다. 경기도와 포천시는 상인들에게 사유시설을 탐방객들에게 개방해 달라고 요청하며 각종 지원을 약속했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상인들은 미래를 내다보고 '통 큰 결단'을 내렸다. 상생을 통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면 생계를 이어갈 토대가 마련될 수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인들의 믿음은 근심으로 변해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탐방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계곡을 찾은 탐방객들도 음식과 음료를 준비해 오면서 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끊겼다. 사람이 몰려도 장사가 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상인 정모(65)씨는 "평일에는 거의 손님이 없고 그나마 주말에 몇 테이블을 받고 있다"며 "한철 장사로 1년을 먹고사는데 올해는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 든다"고 토로했다.

 

다른 상인 최모(64)씨도 "주차장과 화장실을 모두 개방했지만 관리는 상인들의 몫"이라며 "장사도 되지 않는데 탐방객들이 놓고 가는 쓰레기를 치울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고 털어놨다.

 

 

◇모든 것을 포기한 상인들…"경기도와 포천시도 약속 지켜야"

 

과거 백운계곡은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며 많은 인파를 불러 모았다. 더불어 자릿세, 바가지요금, 불친절 등으로 오명을 얻었고, 계곡도 점점 병들어 갔다.

 

그러나 청정 하천·계곡 복원사업이 진행되면서 탁했던 물도 다시 맑아졌고, 상인들의 인식도 변해갔다.

 

상인 양모(69)씨는 "백운계곡 하면 떠오르는 바가지요금은 옛말이 된지 오래"라며 "과거에도 토지 임대료, 재료비 등을 빼고 나면 1년 살기도 빠듯했다"고 말했다.

 

현재 백운계곡에서 영업 중인 업소는 총 67곳으로 이들 업소의 토지 대부분은 학교법인 광동학원 소유다. 상인들은 토지 규모에 따라 연간 300~1500만원의 임대료를 지불한다.

 

상인들의 바램은 35년 넘게 일궈온 삶의 터전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광동학원 소유의 토지를 분할해 달라고 수도 없이 요구해 왔다.

 

백운계곡상인협동조합 이종진 조합장은 "관광특구 지정을 통해 토지를 수용해 상인들에게 분할해 줘야 한다"며 "상인들의 최우선 바램은 관광특구 지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청정 하천·계곡 복원을 위해 상인들은 모든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며 "상인들이 덜 고통받을 수 있도록 경기도와 포천시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고태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