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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집중호우 한 달 지났지만 "피해복구 멀었는데, 다시 태풍까지 어쩌나"

지난달 2일 이천산양저수지 둑 무너져 큰 피해
안성 죽산면도 산사태에 집이 완파되고 인명피해 발생
용인 백암면은 아직 복구에 엄두도 못내는 곳도 있어
농민들 "구체적인 보상문제 해결됐으면"

“추석 햅쌀을 수확해야 하는데 다 쓰러지고, 복숭아는 50%도 못 건졌어요.” (이천 율면 산양1리 이종진 이장 )

“인삼밭 3000평 이상 떠내려갔어요. 100~200평은 피해라고 말도 못해요.” (안성 죽산면 장원리 전용준씨)

“이번에 태풍이 또 올라와서 염려돼요. 농경지 복구는 엄두도 안 나요.” (용인 백암면 가좌리 이관영이장)

 

기록적인 집중호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마가 할퀴고 간 경기도 내 수해 현장은 여전히 시름하고 있다.

 

수해복구를 위해 자원봉사자와 시·군 인력이 투입되고 있지만, 이천‧안성‧용인 등지 주민들은 또 다시 다가오는 태풍과 피해 보상 문제로 고심이 깊다.

 

2일 취재진이 찾아간 이천시 율면 산양1리는 마을 입구부터 가로등이 누워있고 논밭에는 복숭아가 나뒹구는 등 수해 흔적이 또렷했다.

 

하천 진입로에서 포크레인 3대가 바삐 오가며 흙탕물과 바위를 퍼 나르고 있었고, 산양저수지는 둑이 무너진 채 메말라 바닥을 드러냈다. 하천 상류부터 떠밀려온 가정용품과 일회용 쓰레기 등 잡동사니가 당시 피해상황을 보여줬다.

 

쓸려 내려온 물에 마을회관 출입문 유리창은 산산조각 났고, 농산물 저장창고 3개 동은 흔적 조차 사라졌다. 

 

마을교회 앞에는 불어터진 나무장판과 가전제품이 방치돼 있고, 저수지 아래는 각종 잔해들인 어지럽게 놓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일부 주민은 아직도 집 안에 물을 퍼내고 있었다.

 

 

저수지 관련 시설 피해 복구는 신속히 이뤄지고 있지만, 망친 농사와 그 보상 문제는 막막하기만 하다.

 

침수 피해를 입은 복숭아 밭은 대부분 나무를 새로 심어야 한다. 농민들은 떨어진 복숭아만 셈하는 ‘주먹구구’식 행정에 울분을 토했다.

 

복숭아 농사를 20년째 해온 산양1리 이장 이종진(63)씨는 “시에서 이장인 나뿐 아니라 주민들을 만나지도 않고 피해조사를 하고 돌아갔다”며 “면사무소에 개별적으로 피해상황을 신고했더니 보고서에 적힌 내용만 조사했다”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달 정부는 안성시를 시작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천시와 용인시 원삼면‧백암면을 추가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주택 피해와 농업 등 생계수단에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 재난지원금과 함께 각종 공공요금 감면 등 추가 혜택이 주어질 예정이다.

 

지난달 2일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난 안성시 죽산면 장원리 남산마을 상황도 비슷하다.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났지만 산 중턱에 있는 주택 한 채가 완파된 자리에는 현재 포크레인 한 대가 철골과 슬레이트를 옮기고 있었다.

 

수해로 주택 7가구가 침수되고, 차량 5대는 폐차됐다. 퍼붓는 빗물에 흙이 섞인 진창인데다 경사가 급해 복구가 더디다보니 일부 주민은 아직 피해신고도 끝내지 못했다.

 

 

마을주민 전용준(59)씨는 "산사태 때문에 집수리를 한 달 내내 하고 있다"며 "상하수도관은 최근에 연결해 이제 싱크대에 물이 나온다"고 말했다.

 

지난 집중호우로 인해 백암면은 곳곳에 산사태가 나고 하천이 범람했다. 39가구의 이재민과 농경지 침수, 도로 파손의 피해를 입었다.

 

가좌리에는 수해복구를 위해 군병력과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됐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이들의 발길마저 끊겼다. 몇몇 마을 주민은 소하천정비공사가 지류를 남기고 완공돼 피해를 본 것이라 주장했다.

 

이장 이관영(64)씨는 “보상은 아직 모르겠다. 항상 수해가 난 곳만 피해가 발생해 항구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석실천 아래 가구공장 8개가 물에 잠겼는데 아직 복구도 못했다. 농경지를 정리해야 장비도 들어갈 수 있는데 이번에 태풍 마이삭이 올라온다고 해서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김민기‧노성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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