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에 문외한인 사람도 알 만한 이름, 백건우. 그가 내달 15일 경기아트센터를 찾을 예정이다.
우리나라의 대표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한 그는 피아노와 함께 60여 년의 세월을 보냈다. 피아니스트로 살아온 세월이 긴 만큼, 그가 지금까지 써 내려온 프로필은 대단히 화려하다. 그리고 그 프로필은 여전히 한 줄씩 채워지는 중이다.
그는 1956년, 김생려가 지휘하는 해군교향악단(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으로 데뷔했다. 당시 그의 나이, 열 살이었다.
다음 해에는 무소르그스키 모음곡 ‘전람회의 그림’을 자신의 이름을 건 연주회에서 한국 초연으로 선보여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이후 수많은 연주회와 공연을 통해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을 선사했고, 세계적인 권위의 콩쿠르에서 수차례 수상하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가 ‘피아니스트 백건우’로 활동한 6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변함이 없다. 전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곡을 연주하고, 음반을 발매한 그의 행보에서 그 열정을 엿볼 수 있다.
그가 피아노 연습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고 새로운 곡에 끊임없이 도전해 ‘건반 위의 구도자’라 불린다는 사실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런 그가 낭만주의 작곡가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의 곡을 들고 무대에 오른다.
코로나19로 공연 예술계가 꽁꽁 얼어붙은 상황이기에 고희를 훌쩍 넘긴 그의 순회 연주 소식이 더없이 반갑게 느껴진다.
굴곡진 인생을 살다 씁쓸하게 생을 마감한 것으로 알려진 19세기 음악가, 슈만의 섬세한 감정선을 노령의 피아니스트가 어떻게 전달할 지 궁금하기도 하다.
내달 예정된 공연은 슈만의 첫 번째 작품 번호 ‘아베크 변주곡’으로 시작해 ‘세 개의 환상 작품집’, ‘아라베스크’, ‘새벽의 노래’, ‘다채로운 작품집 중 다섯 개의 소품’, ‘어린이의 정경’, 그리고 1854년 작곡된 그의 마지막 작품 ‘유령 변주곡’ 순으로 마무리된다.
[ 경기신문 = 박지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