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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회의 역할이란... 안산 '꿈의 교회' 김학중 담임목사

28년 간 변함없는 철학, "지역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만들어주는 일"
개척 활동 이후 예배당 짓는 대신 레포츠 시설 건립... 16년 운영
최근 리모델링... 사각지대 놓인 아이들 위한 '키즈 빌리지' 탈바꿈

 

"우리 동네에도 이런 교회가 있으면 좋겠다." 안산 '꿈의 교회' 김학중 담임목사를 만나고 난 후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28년 전 안산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할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지역 주민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또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가장 중심에 두고 움직이는, 그의 한결같은 철학이 결국 하나하나 완성되어 온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특히나 교회를 다니지 않는 모든 사람들까지 배려한 김 목사의 행보가 매우 인상적이고 존경스러우면서, 왠지 부럽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김 목사를 만나기 위해 도착한 교회는 첫인상부터 남달랐다. 외관상으로 한쪽은 교회가 분명했는데, 같은 마당을 쓰고 있는 듯 보이는 다른 건물은 규모가 꽤 큰 어린이집 같아 보였다.

 

아마도 어찌어찌 하다 보니 자리가 그렇게 잡힌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이름도 'Kids Village(키즈 빌리지)'라 쓰여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인터뷰 장소로 안내받아 따라간 곳은 기자가 짐작한 교회 쪽이 아니라 바로 그 건물이었다. 의아함은 김 목사를 만나 설명을 듣고서야 풀렸고, 이내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리 교회는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공간과 키즈 빌리지, 이렇게 크게 두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교회 이런 게 아니라 어린이 마을이라고 일부러 지은 거죠. 그래야 어느 누구라도 부모와 아이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지하부터 지상 4층까지 모두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키즈존인 1층은 백화점이나 문화센터 등 일반 기업들이 운영하는 수준 못지않게 꾸며져 있다. 방과 후 아이들이 찾아와 놀고, 책도 보고, 여러 가지를 배우는 동안 어른들이 차를 마시고 책도 볼 수 있도록 한 카페 공간도 눈길을 끈다. 이곳에서는 발효빵을 만들어 맛있는 행복을 선물해주기도 한다. 특히 지하엔 500석 규모의 공연장을 만들어 웬만한 창작 공연이나 음악회 등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건물은 지난 2002년부터 2018년 말까지 레포츠 시설로 운영됐다. 지하에는 25미터 길이의 5개 레인을 갖춘 수영장이, 1층에는 헬스와 스쿼시장, 2층에는 농구와 배구를 할 수 있는 체육관이 들어서 있었다.

 

16년여를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500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월 3만 원이면 이 모든 시설을 이용할 수 있으니, 한 달에 한 번 회원 모집을 할 때면 긴 줄이 늘어서기 일쑤였을 정도다. 그런데 왜 갑자기 리모델링을 한 걸까?

 

 

"교회 예배당을 짓는 대신 지역 주민들을 위해 필요한 공간으로서 교회가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장 필요한 게 뭘까 보니까 수영장도 없고 주변에 헬스장도 없는 거예요. 아파트는 들어와 있는데. 그래서 레포츠 시설로 시작하게 된 거죠."

 

목사가 되기 위한 10년 과정을 마치고 안산으로 와서, 교인 한 명도 없이 가족들하고 조그마한 지하 공간을 얻어 개척을 시작할 당시의 상황은 그랬다. 그래서 기독교라고 하는 본질적인 의미와 함께 지역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그 생각에 종교가 어떻게 다가설 것인가 하는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만든 체육시설들도 곳곳에 많아져 더이상 교회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된 것이다. 그런 와중에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은 김 목사의 심장을 뜨겁게 했다.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공간 대부분이 비용을 지불해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기에. 레포츠의 역할을 끝내고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키자고  김 목사는 결심했다. 이후 1년이 넘는 공사 기간을 거쳐 탈바꿈한 공간을 선보였다.

 

이렇듯 그는 교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주는 일을 무엇보다 중히 여기면서 그 긴 세월 목회 활동을 이어왔다. 당연히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빚까지 내가며 일을 벌리는(?) 김 목사를 말리는 사람들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사람을 살리는데도 그때를 놓치면 못 살리거든요. 그래서 타이밍이 중요한 거죠. 종교의 가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 자신을 내려놓고 인류를 위해 죽는게 기독교인데, 교회가 그런 정신으로 세상에 다가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복지재단을 만들어 정신지체 장애아를 둔 가족 등을 케어하는 일도, 시에서 설립한 여러 기관을 수탁받아 운영하는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방식은 무엇보다 같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했을 때 어려운 이웃을 섬기기에 훨씬 더 도움을 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의 선제 대응 역시 돋보였다. 그는 정부나 경기도에서 행정지침이 내려오기도 전에 주일예배를 중단하고 온라인으로 대체해 진행했다. 이 또한 김 목사의 가치관을 잘 보여주는 대목일 듯하다.

 

"저와 교인들 입장에선 슬픈 일이지만, 만약에 다중이 모여서 감염이 확산되면 큰일이잖아요.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국가가 어려움을 당하는데 교회가 먼저일 수는 없죠. 아쉬움 속에서도 교회 식구들 모두 잘 따라주셨습니다."

 

하지만 수천 석의 예배당에 혼자 서서 예전을 진행할 때의 감정은 정말이지 이루 말할 수가 없더란다. 설교하면서 많이 울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지역 주민들이 더 좋아해 주고, 각계각층에서 '교회는 이래야 된다'며 격려해주는 등 점점 공감대가 커졌고, 희생한 만큼 없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게 됐다는 판단에까지 이르렀다.  

   

 

"이 땅에 재앙도, 자연의 변화도, 풍년도 신이 우리에게 주는 거라면 인간이 거기에 순응해야 하는 것이겠죠. 비바람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코로나 팬데믹은 교회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교회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그게 하나님께서 우리 교회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결국 하나님 앞에 종교인으로서의 사명을 다하려고 하는 사람들과 고통스럽더라도 시대가 필요한 것을 끊임없이 수용하고 담아내려고 노력하는 교회는 여전히 이 땅에서 존재하겠지만, 둘 중 하나라도 거부하거나 게으르면 그 교회는 과거에 아무리 번성했어도 유물로 전락할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김 목사는 이번 코로나 위기를 흩어져 있던 가족들을 다시 묶어주는, 긍정적인 차원에서 바라볼 것 또한 주문했다. 아버지의 자리, 엄마의 역할, 자녀와의 대화 단절 등등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가정을 회복시키는 기회로 만들자는 얘기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교회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줘야 한다고 김 목사는 강조했다. 교회가 계몽 운동에 앞장서는 한편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해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그 형식과 교재, 자료를 제공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이다.

 

"가족 예배는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이들이 함께 예배를 드리는 과정에서 우리 아빠가 이런 면이 있었네, 우리 엄마도 이런 면이 있네, 아이들에게 이런 고민이 있었구나 하면서 해체되고 흩어져 있는 가족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클래식을 좋아하고, 노래 부르는 것도 좋아한다는 김 목사는 목회자들로 구성된 남성합창단의 단장을 맡고 있다. 어쩐지 목소리가 너무 좋다 했더니, 여성으로 말하면 소프라노인 테너를 하고 있다. 매주 금요일, 일주일에 한 번씩 하던 연습은 코로나 때문에 쉬고 있는 중이라 올해 공연은 어렵고 내년 정도에 다시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한다.

 

교회가 성장하고 예산이 늘어날수록 그것들을 주민들에게 나눠줘야 된다는 그의 철학에는 변함이 없다. 여전히 어떻게 하면, 무엇으로 주민들이 필요한 걸 채워줄까 고민하고 있다는 김학중 목사. 끝으로 '꿈의 교회'란 이름의 탄생에 대해서 물어봤다. 인터뷰를 마칠 때쯤 어쩐지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이름은 부르기도 좋아야 하고 듣고 잊어버리지 않아야 하고 뜻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지을 때는 '꿈의 교회'가 대한민국에 없었어요. 영어로 드림이 들어간 이름은 있었는데 한국어로는 없더라고요. 우리가 지향하는 철학하고도 맞으니까. 꿈을 꾸고, 꿈꾸는 사람들이 모이고 그런 공간으로 만들자 그래서 그렇게 지었어요. 안 잊어버리지 않겠어요?"(웃음)

  

[ 경기신문 = 강경묵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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