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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0.82%의 합리적 의심

 

형사사건에 변호인으로 참여해 보면 때때로 한 없이 초라한 나의 모습을 보게 되고는 한다. 모든 증거는 검찰이 가지고 있고 검사는 유죄입증에 유리한 증거만 제출한다. 수사를 통해 무죄 입증에 결정적인 증거를 입수했다고 해도 법정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변호인 입장에서는 그러한 증거가 검사에게 있는지 조차 알 수 없다. 천신만고 끝에 증거의 존재를 알게 된다고 해도 이를 검사로부터 얻어내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에 가깝다. 예컨대 지난 2010년 용산 사건에서 검찰은 재판부의 공개결정에도 수사기록을 제출하지 않고 버텼다. 결국 검찰 손에 있는 증거는 검찰이 제출하기 전에는 변호인 심지어 판사마저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형사법정에서 변호사는 의뢰인의 무죄 입증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는 초라한 변호인이 되고는 한다.

압도적인 수사력을 통해 수집한 증거 중 유죄의 입증에 유리한 증거만 제출하고는 하는 검찰을 상대로 무죄를 받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불가능”이라 말하고 싶지만 “가깝다”는 수식어를 붙이 이유는 2019년 기준 무죄선고 비율이 0.82%이기 때문이다. 형사법정에 들어간 피고인 100명 중 고작 한 명 정도만 무죄를 받고 나온다는 뜻이다. 그나마 매년 무죄 비율이 증가해 겨우 0.8%를 넘긴 것이다. 10년 전인 2010년의 무죄 비율은 고작 0.49%였다. 200명 중 한 명만 무죄를 받았던 것이다.

검찰이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통해 유죄를 선고받을 사건만 기소했다고 반박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0.82%라는 수치는 적어도 너무 적다. 수사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99.2%의 완벽성을 보인다는 것이 말이 될까? 심지어 10년 전에는 99.5%였다. 검찰 무오류주의를 수용하지 않고서는 납득할 수 없는 수치다.

그런데 1%의 확률을 걸고 싸워야 하는 형사 변호인으로서는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이 재판부를 사찰한 것과 변호인이 피고인과 함께 검사에게 고액의 술 접대를 한 사건이다. 안 그래도 기울어진 운동장인 형사법정에서 검찰이 재판부를 사찰까지 한다면 이는 싸워보나 마나한 게임이 된다. 결국 무죄를 선고받기 위해서는 검찰출신 전관변호사가 현직 검사에게 고액의 술 접대 정도는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고 만다. 천만다행인 것은 술 접대를 한 그 피고인도 유죄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가 무죄를 받았다면 막장도 그런 막장은 없었을 것이다.

검찰은 '주요 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이 사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수사기관이 재판부를 조사한 것이 사찰인지 아닌지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렇듯 검찰을 향해 심각하게 기울어진 형사법정이라는 운동장에서 검찰이 수사력을 동원해 판사들 정보까지 캔다면 과연 형사 피고인에게 변론권이 있기는 한 것일까?

유죄는 재판과정을 통해 판사가 피고인에 대해 유죄의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을 뜻한다. 그 확신의 정도를 높이면 억울하게 유죄를 선고받는 사례는 줄겠지만 실은 죄를 지었으면서도 무죄를 받아 풀려나는 사례는 늘어나게 된다. 확신의 정도를 낮추면 반대의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어느 쪽으로 가도 오류를 피할 수는 없다. 여기서 인류는 ‘열 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한 명의 무고한 죄인을 만들지 말자’고 합의했다. 그 결과 범죄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남아 있는 한 무죄를 선고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 되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그 확신은 고작 0.82%다. 과연 이러한 모습이 정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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