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사진 촬영을 하는 잠깐 사이에도 제복을 입은 그를 발견한 시민들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물어봤다. 포즈를 취하다가도 전혀 당황한 기색 없이 환한 웃음으로 친절히 안내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천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전장호(45) 코레일 수원역 역무팀장이 그 주인공. 설 명절을 사흘 앞둔 9일 수원역사에서 그를 만났다.
어느새 16년, 전장호 팀장은 2005년 철도청이 공사로 전환되는 시점 입사해 지금껏 줄곧 역무원으로 살았다. 전 팀장은 화물열차를 잇고 나누는 수송원을 시작으로 역사 주변 시설물을 점검하고 고객의 민원을 처리하는 등 역사 관리의 대부분을 전담해왔다.
역무원은 2~4년 주기로 순환하는 보직이어서 중간에는 본사에서 회계업무를 담당하기도 했지만, 곧 현장으로 돌아왔단다. 그는 “누구보다 현장 체질”이라며 웃어 보였다.
이런 그가 일 년 중 가장 바쁜 때가 이맘때다. 추석과 설은 코레일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다. 모든 직원이 총동원돼 차량 증편, 연장 운영과 함께 귀성객의 열차권 예매와 안전한 이동을 돕는다. 그 외에도 정치권 인사들의 방문, 고객 이벤트 등도 연례행사다.
하지만 지난해 추석부터는 그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 코로나19가 대한민국을 덮친 후 가장 먼저 변화가 찾아온 곳이 대중교통 현장이다. 전국에서도 규모가 큰 편인 수원역의 체감은 더욱 심했다. 이 모든 모습을 오롯이 지켜본 이가 바로 전장호 팀장이다.
실제로 올해 설 연휴 승차권 예매 실적은 전년 설 대비 64%가량 감소했다. 창가 좌석만 예매가 가능했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이동 수요가 크게 떨어진 것이다. 처음으로 창가 좌석만 판매했던 지난 추석과 비교해도 85%으로 줄었다.
“평년에 비하면 고객이 정말 많이 줄었어요. 코로나19 종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귀성객들의 밝은 웃음을 볼 수 없다는 점은 서운하죠.”

십수 년 역사에서 명절을 보내온 전 팀장의 마음이 싱숭생숭한 것은 어쩔 도리가 없다. 양 손이 떨어질 듯 선물을 잔뜩 들고도 불편해하지 않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부모님을 뵈러 가는 귀성객들을 보던 때가 바로 지난해다. 1년 새 그의 일터는 눈에 띄게 썰렁해졌고, 당직 근무를 설 때에도 야식조차 나눠먹지 못하는 지경이 됐다.
전 팀장은 “코로나19가 퍼지기 전만 해도 명절 근무를 설 때면 어떤 직원은 집에서 전을 싸오기도 하고, 어떤 직원은 떡을 가져와서 함께 먹으면서 명절 분위기를 냈다”며 “지금은 정부 방침에 따라 가능하면 음식을 나눠 먹는 등 모이는 일을 거의 없앴다”라고 전했다.
약한 마음도 잠시, 코로나19가 장기화되더라도 열차를 꼭 타야 하는 이들이 있기에 전 팀장 등 역사 직원들의 임무는 계속된다. 전장호 팀장은 “보도도 많이 됐듯이, 마스크를 안 쓴 고객이 난동을 부리거나 방역수칙 관련 갖가지 신고 등은 코로나19가 창궐한 이후 생긴 민원들”이라며 “익명의 수많은 이들이 오가는 곳이기에 팀원 모두 늘 긴장감을 갖고 업무에 임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전 팀장을 바라보는 가족의 마음은 애가 탄다. 칠순의 노모는 늘 전 팀장의 건강이 걱정이다. 전 팀장 역시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혹시 나 때문에 어머니가 발병 위험에 처하지는 않을까” 늘 노심초사지만 생업이기에 그 두려움을 뒤로한 채 출근하고 있다.
전 팀장은 “일 년 여 전 아버지가 돌아가셔 어머니가 혼자되신 지 얼마 안 됐다”라며 “제가 열차 회사에 다닌다고 알고 계셔서 어머니와 기차 여행이라도 하며 적적함을 달래 드리고 싶었는데 코로나19가 터져 그 계획도 무산되고…”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곧 어머니와 함께 코로나19 예방 백신을 맞고 안전하게 기차여행을 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내비쳤다. 전 팀장은 “올해에는 모든 국민이 백신접종해 조금은 안심하고 지낼 수 있기를 바라본다”라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바라는 바가 한 가지 더 있다. 달리는 열차 내에서 고객들을 맞이하는 일이다. 열차 내 승무원인 여객전무, KTX 팀장으로도 불리는 이 업무는 열차를 타고 내리는 고객들을 직접 만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코레일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는 분야다.
“수원역 고객지원실을 찾아오시면 언제든, 무슨 일이든 성심성의껏 도와드리겠습니다. 코로나19가 어서 종식돼 열차 안에서 더 많은 고객님들을 만나게 된다면 더욱 반갑고 친절하게 여러분을 맞이하겠습니다.”
전장호 팀장의 소박한 바람이 코로나19 종식과 함께 꼭 이뤄져 예년처럼 귀성객과 이들을 맞이하는 전 팀장의 함박웃음이 재연되기를 바라본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