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랑부리백로가 여름을 나고
도요새, 노랑지빠귀 겨울을 난 뒤
저어새 새로이 둥지를 튼
노을과 썰물이 뒤섞이는 봄 갯벌
붉게 검붉게 혹은 금빛으로 물드는
가장 깊은 곳에 감춰둔 적막을 본다
매화 향기 남은 자리에
벚꽃 분분히 날린 다음
모가지를 떨군 동백꽃
흥건히 잠겨 흘러가는 실개울
수척한 빈 산 노거수 그늘에 들어
소리 없이 울다 간 사람을 더듬는다
재 너머 차밭에 연두색 눈엽 오르고
까마득히 사라졌던 기억
몸속 가장 깊은 곳에서 아련히 깨어난다
비어 있으나 차 있는 혹은
차고 비고 또 차고 비는
약력
▶전주 출생. 대산문화재단 재직, 고려대학교 대학원 문학박사.
▶1996년 세계일보에 '벽화 속의 고양이 3'을, 2002년 [시평]에 '수락산' 외 5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인디오 여인', '지도에 없는 집', '슬픔의 뼈대', '너는' 등
▶저서 '한국 근대시의 북방의식', '너는 내게 너무 깊이 들어왔다'
▶등고대신예작가상, 애지문학상, 편운문학상, 유심작품상, 김달진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