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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일의 오지랖] 쇼핑은 화장실에서 한다

 

 

알고리즘을 간단히 말하면, 내가 검색했던 주제를 로봇알고리즘이 분석 한 뒤 비슷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키는 방식을 말한다고 보면 된다. 인터넷을 통해 궁금하거나 관심 있는 주제를 검색하는 일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유저에게는 숨을 쉬는 일과 같다. 검색 주제는 시사, 영화, 드라마, 노래를 비롯하여 무궁무진하게 다양한데 이러한 알고리즘 방식은 나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나 음악 취향을 자동으로 분석해서 보여주기 때문에 나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찾기 위한 시간을 절약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 속에는 나와 로봇알고리즘과의 끈질긴 감정싸움이 존재하기도 한다.

 

로봇과 감정적 싸움을 해봐야 승자는 불을 보듯 뻔한 결과로 귀결됨을 나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경제적 상황과,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지만 있으면 매우 좋을 것 같은 상품 앞에서는 로봇알고리즘과의 감정적 일전을 불사하기도 한다.

 

지난해 가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아픈 다리의 재활을 위해 운동을 시작했는데 스마트워치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워치도 로봇알고리즘만큼 똑똑해서 운동량의 측정은 물론 움직임이 일정시간 감지되지 않으면 진동을 통해 스트레칭을 하라고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사실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 활용 가능한 기능이 매우 다양하다. 나는 내게 맞는 상품을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하고, 드디어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아냈다. 그러나 가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에 당장 구매를 할 수 없었고 구매하고자 하는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러나 알고리즘은 나의 그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 시간 이후 나는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상품의 유혹과 싸움을 하기 시작했다. 알고리즘을 통해 내게 보여지는 스마트워치가 속삭였다 ‘그냥 사...’. ‘나 괜찮은 놈이야’. ‘나를 사면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믿어봐’. 휴대폰을 켜면 화면의 어딘가에서 그 스마트워치가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놈의 미혹에도 나는 사지 말고 버텨보자는 심산이었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필요한 놈도 아니었고 가격도 제법 비싼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로봇알고리즘 또한 생각처럼 약하지 않았다. 물건을 팔기 위해서 시간도, 장소도 가리지 않았다. 불문곡직(不問曲直)하고 내가 굴복 할 때까지 몰아쳤다. 일을 하기 위해 검색 사이트를 방문하면 거기에도 그 스마트워치가 나를 보고 ‘씨익~’ 웃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이제 그만 포기하고 나를 사’. ‘버텨봐야 너만 힘들어’. 하루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 날이 없었다.

 

출근 준비를 하던 어느 날 아침.

화장실에 앉은 채로 나는 스마트워치 구매 버튼을 눌렀다. 결제 시스템은 왜 이리도 쉽고 빠른지 감탄하면서...

 

이후로도 진심으로 현명한 소비생활을 하고 싶은 나는 알고리즘의 성실함에 늘 무릎 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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