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투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국회의원과 정부 고위공직자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경찰은 신분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투기 혐의만 확인되면 강제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방침이다.
◇ 서영석·강기윤 의원 본격 수사…양향자 의원 사건 배당
경기남부경찰청 부동산 투기사범 특별수사대는 지난 26일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천정)의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관계자를 고발인 자격으로 불러 조사했다.
서 의원은 부천시 고강동 소재 토지 438.5㎡와 근린생활시설 175.5㎡를 지난 2015년 8월 사들였다.
이 지역은 2019년 3기 신도시에 포함된 부천 대장지구와 인접한 곳으로, 해당 부동산을 매매할 당시 서 의원은 경기도의원이었다.
법세련은 “서 의원이 매입한 토지와 건물이 3기 신도시 주변인 점 등에 비춰 개발정보를 입수해 투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14일 서 의원을 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그러나 서 의원 측은 의혹 제기 당시 “6년 전 산 것으로, 3기 신도시와는 관련이 없다”며 “신도시 지구와는 큰 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어 신도시 지정 이후에도 가격 변동이 없다”고 투기 의혹을 부인했다.
경찰은 지난 23일 검찰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받고,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경기남부청은 같은 날 검찰로부터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서구을) 사건도 배당 받았다.
국회의원 재산신고와 등기부등록 등을 보면, 양 의원은 남편과 공동으로 화성시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지역에 3492㎡ 규모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 2015년 10월에 양 의원이 매입한 이 땅은 2014년 8월 국토교통부가 승인한 화성비봉 공공주택지구와 인접한 거리에 위치해 있어 투기 의혹이 불거졌다.
양 의원은 “은퇴 후 전원주택을 짓고 노후를 대비하려는 차원에서 지인의 추천으로 샀다”고 해명한 바 있다.
특수본 관계자는 “고소·고발이 된 사건은 바로 입건되지만, 진정으로 들어온 사건은 별도의 인지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아직 피의자로 입건된 상태는 아니고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선 검토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남부청은 현재 양 의원에 대한 내사를 벌이고 있다.
이 밖에도 최근까지 본인이나 가족의 투기 의혹으로 고발되거나 수사 의뢰된 국회의원은 더불어민주당 김한정·김주영, 국민의힘 강기윤·이주환, 무소속 전봉민 의원 등이 있다.
경찰은 강기윤 의원에 대한 수사는 착수한 상태다. 고발장이 접수된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과 전봉민 무소속 의원에 대해서는 조만간 본격적인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강 의원은 본인 소유의 경남 창원시 토지에 있는 감나무 과수원 토지와 지장물 과다보상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의원은 엘시티 특혜 비리 연루 의혹 및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 주변 순환도로 공사 관련 개설계획 개입 의혹 등이 제기된 상태이며, 전 의원은 부친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부당한 특혜를 줬다는 의혹 등을 받는 상황이다.
경기남부경찰청에는 이들 중 서 의원 등 3∼4명이 배당됐으며 경남경찰청, 부산광역시경찰청 등도 사건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최대한 신속하고 엄정히 수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 이어 정부 고위직까지…전 행복청장 관련 ‘압수수색’ 돌입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중수과)는 또 이날 오전 10시부터 인력 30여 명을 투입해 세종시에 있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LH세종특별본부, 세종시청, 주거지 등 4곳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국회의원과 전·현직 고위공직자 등 고위직에 관한 첫 강제수사다.
중수과는 A 전 행복청장의 부동산 투기의혹에 대한 자체 첩보를 입수해 내사하다 A 전 청장을 최근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에 들어갔다. 행복청장은 차관급 고위직이다.
A 전 청장은 재임 시절인 2017년 4월 말 세종시 연기면 눌왕리에 아내 명의로 토지 2필지(2455㎡)를 사들였다.
그는 퇴임 후인 2017년 11월 28일에는 가족들과 함께 세종시 연서면 봉암리의 토지 622㎡(약 188평)와 건물 246.4㎡(약 74.7평)를 9억8000만 원에 샀다.
이어 9개월 후인 2018년 8월 연서면 와촌·부동리 일대 270만㎡가 국가산단 후보지로 선정됐다.
A 전 청장이 매입한 두 지역은 이곳과 맞닿아 있어 주변부 개발이 이뤄지면 수혜를 볼 수 있는 곳이다.
이런 이유로 국토부 산하 기관의 차관급 공직자인 그가 재직 중 획득한 정보를 활용해 투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A 전 청장은 “스마트 산단 개발 주체는 정부와 세종시다. 행복청 업무와는 전혀 관련 없다”며 투기 의혹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을 두고 “자체 범죄정보 분석을 통해 인지한 사건”이라며 “(A 전 청장이) 내부정보에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압수수색과 동시에 A 전 청장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는 이를 승인했다. 경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 등을 포렌식 분석할 예정이다.
현재 경찰의 내·수사 대상인 공무원은 지난 24일 기준 85명으로, 국회의원 3명·시·도의원 19명·전 행복청장 등 전·현직 고위공직자 2명 등도 포함됐다.
경찰 관계자는 “A 전 청장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에 대한 내·수사를 진행 중으로, 다른 고위직에 대한 혐의가 확인되면 강제수사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김기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