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지역에 필요한 예산을 기획하는 주민참여예산 제도가 기본소득의 한 실험무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로 추진돼 온 주민참여예산 제도는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는 이미 어느정도 활성화되고 있다. 다만 사업 내용은 예산적 한계에 따라 소규모 형태의 민원을 해결하는 형태가 상당수다.

동네 가로등 설치나, 육교 엘리베이터 설치, 우리동네 탁아방 설치 등 지역적 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숙의민주주의라는데 의미가 부여되는 형태다.

광역자치단체인 경기도에서 하는 주민참여예산은 좀 더 다를 수 있지 않을까.

경기도 주민참여예산은 지난 2015년 시작했다. 2016~2018년 첫 3년간은 반영된 사업수가 6~12건으로 도민들의 참여가 많지 않았다. 반면 반영된 예산은 무려 340억여원에 달했다.

그런데 이재명 도지사 취임 후 사업 예산은 이전에 비해 큰 폭 늘지는 않았음에도 불구, 사업 가짓수는 2019년 29건, 2020년 26건, 2021년 48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만큼 도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아졌다는 증거다.

사업 내용은 스쿨존 과속방지턱 설치, 석면슬레이트 지붕 철거비용 지원 등 지엽적 문제 해결에 대한 부분도 있었으나, 환경, 생활, 문화 등 다양하되고 거시적인 사업들이 다수 제안됐다.

올해 사업을 보면 지구 환경을 위한 '아이스팩 순환 사업', '평화누리길 만들기', '골목박물관', '경기지역화폐 휴대폰 결제 시스템', 감염병 없는 경기도 사업 확대' 등 소규모 SOC 사업이 대부분이었던 기존 형태에서, 도민 공감을 확대하는 내용들로 변화됐다.

특히 경기지역화폐에 휴대폰 결제 시스템을 추가하자는 제안 사업은 경기도의 지역화폐 정책에 도민들이 관심을 많이 갖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대선의 주요 어젠다로 떠오른 기본소득이 주민참여예산으로 제안이 가능할 지 여부가 관심으로 떠오른다.

경기도에서는 현재 청년기본소득, 농촌기본소득 등 여러 형태의 기본소득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이를 확대해 특정 직업군이나 계층, 지역에서 '기본소득'을 주민참여예산으로 제안한다면 다양한 형태의 기본소득 실험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는 것이다.

최인숙 고려대 정치학 교수는 "현재 경기도에서 하는 청년기본소득 등은 국민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기본소득의 원래 취지와는 맞지 않지만 사전단계의 실험으로 본다면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볼 수는 있는 문제"라며 "선진국의 복지제도에 비해 우리 복지수준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다른 복지제도를 향상시키지 못한 채 성급하게 기본소득을 시행하는 것은 논란이 뒤따를 수 밖에 없다. 다만 주민참여예산 제도를 통해 기본소득의 논제를 활성화하는 것도 어떤 면에서는 필요한 방향으로도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에서 올해 책정된 주민참여예산은 도정참여형 300억원, 지역지원형 100억원, 민관협치형 100억원이다. 만약 기본소득에 대한 제안이 나온다면 도정참여형으로 분류돼 300억원 예산 중 일부가 책정되게 된다. 사업 제안은 오는 4월 20일까지이며, 내부 검토를 거쳐 7월 중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심사를 거쳐, 8월 온라인 주민투표와 위원회 의결을 거쳐 도의회에 제출한다.

[ 경기신문 = 유진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