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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 혁명과 노래 7편 ‘체 게바라의 별, 호세 마르티 1’

 

파주 헤이리의 내 작업실을 찾아온 친구가 ‘기분이 울적하니 아무 생각 없이 들을 수 있는’ 풍악을 대령하라기에 경쾌한 월드뮤직 음반을 골라 들려줬다.

 

두 세곡 뒤 쿠바 민요 ‘관타나메라’ 가 나온다. 제목만으로 바로 후렴구를 떠올리게 하는 노래다. ‘관타나메라~ 과히라 관타나메라~’ 맞다. 그 노래.

 

‘호세 마르티 생각하면 이 노래를 목록에서 빼야 하는 거 아니야?’

역사교사답다. 밝은 노래에서 어두운 역사를 바로 잡아낸다. 말 나온 김에 질문했다.

‘체 게바라는 유명한데 체 게바라의 영웅이었던 호세 마르티는 왜 그렇게 안 알려졌을까?’

민중시각 역사교육, 세계시민의식 부재 이상의 탁견을 청했던 내 진지한 질문을 무색하게 한 답변. ‘외모 차이 아닐까’ 진심인지 유머인지 아직 확인 못해봤다.

 

호세 마르티는 몰라도 관타나메라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국정 음악 교과서에도 실렸으며 마리카스같은 전통 남미 악기를 흔들며 노래하는 모습으로 방송도 많이 탔다. 노랫말을 모르고 들으면 리듬이 경쾌하고 중독성 있어 ‘휴가지에서 들으면 딱 좋을 노래’ 정도로 느껴진다. 제목 ‘관타나메라’도 ‘관타나모에 사는 여인’이란 뜻이니 가볍다. 그러나 스페인어 가사를 번역해 들여다보면 반전이다.

 

나는 진실한 사람/ 야자수 무성한 고장 출신/ 죽기 전에 이 가슴에 맺힌 시를 노래하리/

내 시는 화창한 초록색/ 내 시는 불타는 선홍색/ 내 시는 상처 입은 사슴/ 산 속 보금자리 찾는/ 이 땅의 가난한 사람들과 더불어 이 한 몸 바치리라

 

세상불의를 향한 총구를 품은 가슴, 그 가슴들을 모아 세상을 뒤엎고자하는 결기가 읽힌다.

노랫말은 (내 역사교사 친구가 아는 척한) 쿠바의 호세 마르티(1853-1895)의 시에서 나온 것.

체 게바라처럼 마르티도 시인이면서 혁명가였다.

 

1853년, 스페인 식민 통치 하의 쿠바 아바나에서 태어난 마르티는 16세부터 독립운동을 시작, 다음 해인 17세 때 6년 옥고를 치른 뒤 추방까지 당한 ‘운동권 영재’였다. 국외자로 떠도는 중에도 쿠바혁명당을 창당한 뒤 고국에 잠입, 독립전쟁에 참전했으나 1895년 도스리오스 전투 중 사망한다. 마흔을 갓 넘긴 나이였다.

 

마르티가 이루고자 한 혁명은 그의 시 속에서도 타올랐다. 쿠바의 독립뿐 아니라 인종과 계층을 초월한 세상을 꿈꾸었다. 쿠바를 넘어 라틴 아메리카 민중의 사랑을 받는 이유다. 사후 쿠바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 마르티의 인기는 체 게바라 못지않다.

 

아바나 국제공항 이름도 호세 마르티 공항이고 지폐, 거리, 광장, 학교..... 어디가나 그의 이름을 만난다. 체 게바라 베레모에 달린 별도 피델 카스트르가 ‘호세 마르티의 별’이라며 달아준 것이다. 실상 청년 체 게바라, 피델 카스트로 두 사람이 혁명전선에 뛰어드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쿠바 국민들이 호세 마르티를 사랑하는만큼 관타나메라도 애국가 다음으로 자주 불리는 곡이 됐다. 그러나 관타나모 지역의 역사를 생각하면 마르티의 저 세상에서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그 곡절은 다음 편에 계속 된다.

 

(인터넷창에서 www.월드뮤직.com을 치면 소개된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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