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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에서]메타버스는 단순한 게임인가

 

2018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45년의 메타버스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줄거리는 이렇다. 영화 속 대부분의 사람들은 VR 기계를 끼고 특정 게임에 로그인해서 하루를 살아간다. 게임 속에서 아이템을 채굴해서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걸로 현실 수입을 얻는다. 평범하게 살던 주인공은 게임 회사가 내건 퀘스트에 도전하며 갖은 위험에 처한다. 결말에서 주인공과 친구들이 모든 퀘스트를 완료하고 악당이 물러나면서 가상공간 세계의 평화를 되찾는다는 다소 뻔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영화의 스토리가 뻔한 것과 별개로 메타버스를 주된 소재로 삼은 영화라서 무척 흥미로웠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와 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이다. 언제부턴가 자주 보이는 단어지만 생각보다 훨씬 예전부터 생활 깊숙한 곳에 들어와 있다. 블로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는 메타버스 분류 중 라이프로깅(lifelogging) 분야의 대표적인 플랫폼들이다. 또, 인터넷에 접속해서 타인과 함께 하는 게임은 모두 가상 현실의 한 모습이다.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게임은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태초에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 같은 고전 명작들과 PC방 창업을 성행하게 만든 스타크래프트가 있었다. 최근에도 LoL이나 배틀그라운드처럼 인기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있지만 십 여년 전부터 다른 종류라고 부를만한 게임들이 생겼다. MS사의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룩스사의 '로블룩스'다.

 

두 가지 게임은 직접 게임 속 공간을 창조하고 규칙을 만드는 샌드박스 형 게임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어린아이가 놀이터 모래밭에서 성을 쌓았다가 무너뜨리는 것처럼 게임 안 모든 것을 생성하며 즐길 수 있다. 마인크래프트의 인기는 전세계를 넘어 한국까지 강타했다. TV에 자주 출연해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유명 유투버들 중에 몇 명은 마인크래프트 컨텐츠로 유투브를 시작해서 수백만 구독자를 얻었다. 로블룩스는 미국 8세에서 16세 사이의 아동 50% 이상이 푹 빠져 있다고 한다. 몇 년 전까지는 아이들이 마인크래프트 이야기를 자주 했는데 얼마 전부터 로블룩스 이야기가 더 많이 들린다.

 

마인크래프트나 로블룩스 같은 게임들이 중요한 건 이것들이 단순한 게임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와 연결되는 확장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작년 일본 초등학교에서는 연말에 코로나가 심해져서 대면 졸업식이 진행이 어려워졌다. 이 사실을 안 학생들은 자발적으로 마인크래프트 속에서 졸업식을 진행했다. 게임 안에 현실과 비슷한 모양의 학교를 짓고 그 안에서 졸업장과 꽃다발 만들어 수여했다. 교사는 상상하지 못한 메타버스 속 졸업식을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떠올리고 실행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학교 수업 자료로 마인크래프트를 사용하는 교사들도 있다. 보통 구석기나 신석기 같은 역사 단원을 배울 때 사료를 관찰하고 그 시대의 특징을 배우는 것에서 끝난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메타버스 속에서 구석기나 신석기 시대의 환경을 만들어 보고 선사시대 사람이 되어서 가상 체험을 할 수 있다. 아이들은 이미 만들어진 자료를 이용할 때보다 무엇이든 직접 만들 때 몰입도가 높아진다. 활자와 사진을 이용한 수업과 가상현실을 활용한 수업 중 어느쪽이 아이들 만족도가 높을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아이들의 변화를 발빠르게 파악한 의외의 장소도 있다. 청와대는 매년 어린이날에 아이들을 초대하는 행사를 했었는데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불가능했다. 대안으로 선택한게 마인크래프트에 청와대 내부 건물들을 짓고 어린이들 초대하기였다. 체험학습으로 직접 견학을 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청와대의 모습에 호평 일색이었다.

 

메타버스는 단순히 어린이들이 하는 게임이나 현실과 무관한 공간으로 볼 수 없다. 메타버스와 함께 성장한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시기가 오면 세상의 많은 부분이 가상 현실로 대체되어 있을 것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세상은 빠른 주기로 바뀌는데 학교 교육이 어디까지 따라가고 있는지 알 수 없으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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